딱딱한 분위기 벗어나 토크쇼처럼 진행…LG는 신년회 아예 없애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그동안 매년 초 열리는 국내 주요 그룹 신년회는 총수의 근엄한 훈시 위주로 진행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오너 3세‧4세 젊은 총수들이 경영전반에 나서면서 딱딱한 분위기의 신년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회.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떡국은 많이 드셨느냐. 저는 어제 아침에 떡국을 먹고, 점심에도 떡국을 먹었다"고 말하며 질렸다는 듯 고개를 떨구자, 임직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 부회장은 진지한 새해 메시지와 농담을 적절하게 섞으며 마치 모터쇼 기조 연설자처럼 신년회를 이끌었다.

짙은 색 정장에 흰 셔츠, 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정 부회장은 "여러분처럼 편하게 입고 오면 좋은데 저는 대한상의 신년회가 있어서 이렇게 왔다"며 "각자 목적대로 입은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1946년 처음 설립되고 2000년 현대차그룹으로 새로 출범한 이래 의례적인 식순과 엄숙한 분위기로 이어진 시무식은 이름도 신년회로 바뀌었고 유쾌한 웃음이 나오는 행사로 달라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처음 주재한 지난해 시무식까지만 해도 있었던 단상도 없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무대로 나오기 전 자리도 맨 앞줄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 있었다.

원고를 읽으며 일방적으로 사업 목표를 통보하는 방식에서 비전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하는 형식이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모바일로 생중계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로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SK는 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UPEX추구협의회 의장 등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회를 했다.

경영진들이 올해 사업 목표 등을 발표하는 대신 소셜벤처 지원사업을 하는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SK텔레콤 사외이사), 전북 군산의 지역공동체 활동가 조권능씨 등이 나서 조언을 했다.

올해부터 시무식 자체를 없애버린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동영상 신년사로 대체했다. 구 회장은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LG 2020 새해 편지'(LG 2020 NEW YEAR'S LETTER)를 이날 오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이 강당 등 별도의 장소에 모여서 하는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애고 신년사를 디지털 영상으로 대체했다.

GS그룹도 허태수 회장과 임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스탠딩 토크 방식으로 신년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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