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해지는 소주 페트병…무색 병 없는 와인-위스키 ‘골머리’

롯데주류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처음처럼’ 투명 페트를 본격 판매 개시한다.[사진=롯데주류 제공]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음료·주류업계가 개정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앞서 포장재를 바꾸는 등 대응에 들어갔지만 ‘색깔 있는 병’의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수입 주류 업계는 난색을 표하며 당혹스런 모습이다.

25일부터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포장재를 4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의 개정 하위법령이 시행된다.

개정 법령은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단계로 등급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색깔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과 몸체에서 라벨이 떨어지지 않는 일반접착제는 사용이 금지된다.

정부는 앞으로 재활용 등급에 따라 생산자가 납부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해 부과한다. 가장 낮은 ‘어려움’ 등급을 받은 업체의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제품의 몸체·라벨·뚜껑 등 가운데 하나라도 재활용이 어렵다면 ‘재활용 어려움’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입 주류의 경우 한국 시장을 위해서만 별도의 포장재를 개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가 와인 등 일부 품목은 투명한 병을 사용하면 내용물 변질의 우려가 있어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다만 소주와 맥주는 ‘병이나 페트병이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우선 유리로 만들어진 일반 소주병과 맥주병은 색깔 유무와 관련 없이 현재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국내 각 업체가 녹색 소주병과 갈색 맥주병을 회수해 재사용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페트병의 경우에는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색으로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주류업체들은 소주 페트병의 색깔을 녹색에서 투명한 색으로 교체해 생산하고 있다.

갈색으로 생산되던 맥주 페트병의 경우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맥주 페트병을 투명하게 만들 경우 내용물이 변질할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맥주 업계는 최근 환경부·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5년 이내에 맥주 페트병의 재질과 구조를 캔·유리병 등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롯데주류 ‘처음처럼’도 기존 녹색 페트를 무색으로 바꿔 생산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주를 포함한 생수, 음료 페트병은 투명한 색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녹색으로 생산되던 ‘처음처럼’은 400ml, 640ml, 1000ml, 1800ml로 현재 모두 무색 페트로 생산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주종은 수입 와인과 위스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와인의 경우 전 세계 공통으로 유색 병을 쓴다. 위스키도 브랜드에 따라 일부는 색깔 있는 병을 사용하고 있다.

와인·위스키 업계는 한국만을 위해 별도의 생산 라인을 갖추라고 본사에 요구할 수도 없고 세계적으로 ‘투명 와인병’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에서는 일단 현행 포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분담금을 내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업체의 생산 부담이 늘어나 와인과 위스키의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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