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외모 콤플렉스…그들만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지 작품 통해 질문

▲ 정연연 작가.(사진=장해순 기자)

본인 스스로 의미 부여한 색을 통해 여성의 심리, 세상이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가 정연연의 개인전이 서울 방배동 갤러리 토스트에서 열렸다.

정 작가는 지금까지 화이트, 레드, 블랙, 그린을 주요 색으로 내세워 작업을 해왔다. 이들은 각각 여성의 뒷담화, 여성적 나르시시즘, 대중매체에서 다뤄지는 여성성, 여성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이어오고 계획한 색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옐로와 블루를 다룬다.

“이 두 색을 함께 사용해 시간을 역행하려는 여성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옐로’는 소녀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미성년이지만 성년같은 모습을 한 어린 여성들을 함축하고 있는 색이죠. 반면 ‘블루’는 어려지고 싶어 하는 성년 여성을 뜻합니다. ‘동안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성년 여성들은 나이먹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보다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좀 더 젊어 보이고 싶어 하죠.”

정 작가는 이렇게 상반되는 모습을 병치시키며 ‘미성년 여성’과 ‘성년 여성’의 경계를 다뤘다. 그리고 어린 여성에게 섹시함을 강요하고 성년 여성에게 어린 모습을 원하는 시각에 대해 얘기했다.

“섹시한 콘셉트의 미성년 여성 연예인과 어려 보이는 여성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생각하게 됐고 이는 결국 남성들의 시각에서 좋아하는 이미지임을 알게 됐습니다. 여성이 외모 콤플렉스를 갖게 된 것은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요?”

이렇게 반문하는 정 작가는 과거 연인으로부터 “더 이상 너에게 설렘이 없다. 다른 예쁜 여자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아마 많은 여성분들이 이와 같은 경험을 했을거에요. 그리고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다 하더라도 이번 작품의 의미에 큰 공감을 할거라 생각합니다.”

▲ 정연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토스트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장해순 기자)

정 작가의 작품 속엔 국적 불명의 무표정한 여인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들은 하나같이 눈썹이 없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다 같은 존재입니다. 백인, 황인, 흑인으로 나누고 그에 따른 기준이 있는 것은 사람이 정한 것이죠. 인간의 본질은 같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분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물들의 무표정한 표정, 눈썹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처음 본 사람이 웃고 있다면 본연의 성격을 알지 못해도 그가 활기차며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눈썹의 모양이 위로 올라가 있는 경우엔 사나운 사람일거라 판단하죠. 그와 한마디 나눠 보지도 않고 말입니다. 보이는 것들로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놓고 하기보다 은근슬쩍 말하는 걸 좋아해요.”

여성으로서 여성의 이야기를 다뤄온 정 작가는 이번 시리즈를 끝으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구상중이다.

“지금까지는 ‘색’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회적 이야기를 해왔다면 다음부터는 ‘단어’를 이용한 사회적 접근을 할 계획입니다. 색 시리즈의 작품은 섬세하고 여성적이었다면 ‘단어’ 시리즈는 러프하게 나올 것 같아요.”

 

여성성이 강조되면서도 장식적인 느낌의 작품이어서인지 정 작가는 화장품 브랜드 패키지 작업에 참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차후엔 장인 정신을 기업 모토로 삼고 있는 ‘까르띠에’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긴 시간을 들여 공들인 상품을 만드는 그들의 기업 이념이 자신의 작품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에 개인전과 더불어 결혼까지 성사시킨 정 작가는 올 해 후반에 이번 전시의 연장선으로 또 한 번의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은유적이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적 시각을 다루는 정연연 개인전 ‘Remember Your Heart’는 갤러리 토스트에서 9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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