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용에도 사용 가능성 높아…물류비 줄이고 원가절감 등 이익 높여

최근 3년간 중국산 맥아 유입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가운데 오비맥주가 국내 생산 맥주에 중국산 맥아를 사용해 원가를 줄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 카스.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최근 3년간 중국산 맥아 유입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가운데 오비맥주가 국내 생산 맥주에 중국산 맥아를 사용해 원가를 줄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맥아 수입량은 2016년 10톤(t)에 불과했지만 이후 2017년 1112톤, 2018년 2만8152톤으로 3년 새 무려 281%나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 가운데 중국산 맥아를 들여오는 곳은 오비맥주가 유일하다. 오비맥주는 허베이성 북동부의 친황다오, 저장성 동부의 닝보 등에서 생산한 맥아를 수입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친황다오는 오비맥주의 핵심 거래 지역으로 최근 3개월간 여섯 차례에 걸쳐 오비맥주에 맥아를 납품했다.

같은 기간 오비맥주가 중국 업체들과 거래한 횟수가 총 일곱 차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으로 수입된 중국산 맥아 대부분을 오비맥주가 들여와 썼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되는 제품에 중국산 맥아를 썼다고 주장하지만 연간 맥주 판매량과 오비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추정치 60%)을 고려하면 대표 품목인 ‘카스’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2014년 말 AB인베브에 다시 인수된 후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중국산 맥아 유입량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6년부터 외국 브랜드인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을 광주공장에서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홍콩 시장점유율 1위 맥주인 블루걸도 오비맥주가 광주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이다. 광주공장이 모기업의 아시아 허브로 자리 잡으면서 오비맥주의 수출이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 물량만으로는 중국산 맥아를 모두 소비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연간 맥주 판매량을 고려했을 때 국내 대표 브랜드인 카스에도 중국산 맥아가 사용된다고 분석이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맥아는 총 14만t이다.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 추정치(약 60%)를 감안하면 오비맥주가 사용한 맥아는 약 8만4000t이고 이중 중국산 제품(3만900t)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다. 오비맥주 연간 순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10% 정도로 계산된다는 셈이다. 수출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 판매용 맥주에 사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와 관련해 업계는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 수입을 꾸준히 늘려가는 방식으로 물류비 등 원가를 줄여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수익을 불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오비맥주가 영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중국산 맥아 가격 추이에 맞춰 국내 가격을 조정한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원가가 감소하면 가격을 유지해 수익을 증대시키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비맥주는 중국산 맥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카스’ 가격을 올렸다. 중국산 맥아의 톤당 추산 가격과 오비맥주의 가격 조정 시기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맥아의 톤당 추산 가격은 2016년 600달러에서 2017년 410달러로 31% 감소했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출고가를 올린 시점은 이 기간인 2016년 11월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의 출고가를 6% 인상했다.

또 중국산 맥아 가격은 지난해 403달러에서 올해(10월 기준) 446달러로 올랐다. 해당 기간인 지난 4월 오비맥주는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5.4% 올렸다. 이후 중국산 맥아가격이 오른 10월에 가격을 원상 복구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2017년 할당관세 폐지로 수입가가 높아진 호주·캐나다 등에 비해 관세나 물류비 등이 덜 드는 중국산을 써 비용을 낮추면서도 출고가를 올린 것은 수익 확대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오비맥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반면 판관비·물류비는 해마다 80억~100억원씩 줄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6년 매출 1조5453억원, 영업이익 3723억원(영업이익률 24.1%)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매출 1조6635억원, 영업이익 4940억원, 영업이익률은 29.7%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매출 1조6981억원, 영업이익 5145억원, 영업이익률 30.3%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식약처의 수입식품 공개자료 사이트인 ‘식품안전나라’를 봐도 오비맥주는 지난해 1년간 총 168회 맥아를 수입했다. 이중 40회는 중국이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의 연간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약 10%로 이 물량을 전부 수출물량으로만 소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맥주는 맥아와 홉, 효모, 물로 만든다. 특히 맥아는 알코올과 탄산을 만드는 기본 재료로 맥주의 색과 풍미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산지의 대기 질, 토양 상태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 주류업체들은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호주나 유럽, 북미 등의 맥아를 사용하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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