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더 적합하다고 판단…후임엔 권봉석 사장 유력

LG전자 대표이사 CEO 조성진 부회장. [사진=LG전자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고졸 신화로 유명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용퇴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인물이 자리를 맡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28일 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2020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당초 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이 빠르게 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부회장급 임원들은 유임시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유일하게 조 부회장만 자리에서 물러난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이어진 계열사 사업평가 이후 구 회장에게 최근 '건조기 사태'와 개인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사의 표명에 대해 구 회장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 부회장이 다시 한 번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하자 구 회장이 고심 끝에 임원 인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LG그룹 내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4차 산업혁명 흐름을 주도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은 LG전자 대표이사를 맡기 전 오로지 세탁기 한 분야에 집중하는 외길 인생을 걸으며 '세탁기 박사'로 유명했다.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LG 세탁기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까지 공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1995년 세탁기설계실 부장, 2001년 세탁기연구실장, 2007년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등을 거치며 '1등 LG 세탁기'를 이끌어왔다.

통돌이와 드럼세탁기의 장점을 결합한 '트윈워시'는 조 부회장이 8년을 공 들여 만든 작품이다. 2015년 출시 후 북미 시장 등에서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2013년 LG전자 CEO에 오르면서 세탁기를 넘어 전반적 사업을 관리하게 됐다. 취임하자마자 경험이 없던 스마트폰 분야에 지식을 쌓기 위해 개인 사무실에서 제품 수십 대를 직접 분해해 밤샘 공부에 매진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에는 구 회장이 '로봇'과 '자율주행차사업'을 조 부회장 직속으로 배치하는 등 LG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조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권봉석 HE·MC사업본부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987년 LG전자에 입사한 권 사장은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LG 시너지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에서 '기획통'으로 통한다. 2015년부터는 LG전자의 TV 사업을, 지난해부터는 스마트폰 사업까지 총괄 담당하고 있다. 김영수 HA사업본부 어플라이언스연구소장 등과 함께 LG전자를 이끌 '82학번' 차기 리더 라인으로 꼽혀왔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신사적 이미지가 부각됐던 조 부회장과 달리 권 사장은 공격적 경영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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