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전라남도에는 오랜 풍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벌교 가서는 주먹 자랑을 하지 말고, 순천 가서는 인물 자랑, 그리고 여수 가서는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는 자신이 제아무리 최고라 생각하더라도 분명 (자신 보다) 또 다른 강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늘 겸손의 자세를 유지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중순 과시적 호화·사치를 일삼는 것으로 판단되는 고소득 탈세 혐의자 122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조사 대상에는 유명 연예인은 물론 연예인 의류 협찬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의류업체 대표와 수백만 명의 국내외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힙합 가수 도끼(본명 이준경)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그를 둘러싼 조사 배경에도 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 국민은 래퍼 도끼라고 하면 호텔에서 초호화 생활을 하고, 수억원 대에 달하는 슈퍼카와 명품시계 그리고 신발 등을 과시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도끼는 과거 방송에서 백화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럭셔리한 드레스룸과 옷, 신발 그리고 5만원권 돈뭉치를 전시해 놓은 집을 소개한 바 있다.

물론 도끼가 이처럼 자신의 부를 과시(?) 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당시 도끼는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그리고 내 힘으로 나쁜 짓 안 하고 떳떳하게 벌었다. 사람들에게 '도끼도 했으니까'라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부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도끼가 축적해 놓은 부와 그의 신념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모친의 빚 논란과 관련해 크나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시 도끼는 A씨가 도끼의 모친에게 빌려준 돈과 외상으로 준 물품값 등 1155만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관련 내용을 접한 도끼는 "1000만원 컴온 맨(Come on man),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되는 돈인데 그걸 빌리고 잠적해서 우리 삶이 나아졌겠어요"라고 말해 논란의 불을 지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힙합 가수 도끼의 세무조사를 요청한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도끼가) 고급 슈퍼카에 명품 시계를 SNS에 자랑하는 것을 봤다"라며 “한 달 밥값이 1000만원 이라는데, 세금은 잘 내는지 알고 싶다"라고 적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사려 깊지 못한 도끼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섰고, 결국에는 도끼 스스로가 이번 조사를 촉발한 게 된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삶의 질이 윤택해졌다면 자랑보다는 겸손한 삶과 함께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향후 도끼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가 어떻게 도출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호화‧사치스러운 행동과 그릇된 말들로 인해 서민들에게 허탈감을 주는 일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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