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성장에 따른 통신사 M&A 기폭제…딜라이브 인수전이 마지막 단추

서울 서대문구 한 휴대전화 판매점 간판.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IPTV(인터넷TV)와 케이블TV로 나눠져 있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사3사 중심으로 재편된다.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OTT)의 성장과 기존 케이블 업계의 성장 한계 부딪히면서에 통신사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결과다.

기업 결합 승인을 앞둔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승인이 기정 사실화 됨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주도하는 체제로 재편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전원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와 CJ헬로(케이블TV 1위) 간 기업 결합을 심의·의결한다. 앞서 지난 1일에는 SK텔레콤의 티브로드(케이블TV 2위) M&A에 대한 '기업 결합 심사 보고서'도 발송했다. 공정위는 두 건 모두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의 M&A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 시장 판도는 통신사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현재는 KT가 점유율 31.1%(KT스카이라이프 포함)로 압도적인 1위,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14.3%로 2위, CJ헬로가 12.6%로 3위, LG유플러스가 4위, 티브로드가 5위를 차지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이 24.5%로 2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점유율 23.9%로 3위가 된다.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 재편되는 가장 큰 이유는 케이블TV 업체들이 더 이상 독자적인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케이블 1위 CJ헬로의 경우 케이블TV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수익(ARPU)이 2013년 9470원에서 올 2분기 7329원으로 23%나 줄었다. 지난 6년 새 넷플릭스·유튜브 등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OTT)가 확산되면서 TV를 통한 지상파 방송 등의 콘텐츠 소비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IPTV(인터넷TV)와 케이블TV로 나눠져 있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사3사 중심으로 재편된다. [그래픽=연합뉴스]

반면 통신사로선 케이블TV 인수로 단숨에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통신업체들은 확보된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넷플릭스·유튜브 등과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인기 콘텐츠를 자사 IPTV·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만 독점 제공 형식으로 서비스하거나,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수백만명의 가입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업계 6위 딜라이브는 낙동강 오리알 처지가 된 신세다. 수년 전부터 인수 대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과 유료방송 합산 규제에 막혀 번번히 매각 작업에 실패했다.

압도적 점유율로 1위자리를 지키던 KT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후순위 업체와의 점유율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케이블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마저 합산규제에 막혀 좀처럼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5년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합산 규제를 일몰제 형태로 도입했다. 해당 제도는 작년 6월 종료됐다. 하지만 점유율 규제의 완전 폐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으면서 시장 개편의 마지막 단추로 남아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딜라이브의 최종 향방이 결정 되면 유료방송 시장 재편작업도 사실상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유료방송 합산 규제 폐지가 얼마나 빨리 결정되는 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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