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호무역·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일본 수출규제 등 연이은 악재로 불확실성 확대

시가총액 상위 4대 그룹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모습. /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4대 그룹 총수들이 최근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성 증폭으로 인한 위기 의식에 공감하고, 대응 전략을 잇달아 주문하고 나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주재한 사장단 워크숍에서 우리 경제 상황을 'L자형 경기침체'라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상승과 하락 국면이 반복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구 회장은 그러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 몇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최근 국내외 상황에 대해 "SK회장직을 맡은 20년 동안에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라는 건 처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거라면 단 순간에 끝날 것 같지도 않으니까 이 세상으로 가면 이제 여기에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30년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현장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위기론'을 내놓으며 전략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초 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지난달말 삼성디스플레이의 충남 아산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삼성디스플에이는 조만간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1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총수들처럼 위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한건 아니지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이 같은 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3일(현지시간)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를 출자해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와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 규모는 현대차그룹 사상 최대 금액이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자동차 산업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기술 우위를 점하는 한편,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있어 각종 규제에 묶여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해외투자를 결정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재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연이은 악재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악화에 위기의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악화에 따른 중동발 환율·유가 불안 등도 여전한 상태다.

내부적으로도 정부의 규제로 인한 사업 차질, 북한 변수 및 주요 경제지표 하락 등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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