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전반에서 경쟁업체 고발 및 신고 잇따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LG그룹이 최근 들어 경쟁업체들과 마찰을 빚으며 '싸움닭'으로 변하고 있다. 공식 자리에서 경쟁업체를 공개적으로 비판 하는가 하면 소송과 고발을 진행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는 화질이 떨어져 사실상 4K TV에 불과하다"며 내외신들이 모인 공식 자리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제품을 혹평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삼성의 반응을 예상한 듯 삼성 TV를 '저격'하는 광고도 시작했다.

생활가전 및 TV화질을 두고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설전이 이어진 것은 예사였지만 최근 들어 LG그룹의 행보는 이전과는 다르다.

전자뿐만 아니라 화학, 통신, 유통 할 것 없이 전방위적이다. 특히 상대방을 향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배터리 기술 탈취 혐의로 미국 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LG화학이 소송에서 이기면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공장의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내용이 강경하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맞제소하자 LG화학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SK이노베이션에 재발 방지 약속과 정당한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다. LG유플러스는 7월 SK텔레콤과 KT를 '불법보조금 살포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5G 점유율 반등을 노리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지만 이례적으로 경쟁업체를 고발에 나섰다.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끼리 신고하는 일은 처음이다.

6월엔 LG생활건강이온라인 유통업계 1위인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의 요구를 따르지 않자 주문을 취소하며 권한을 남용했다는 게 LG생활건강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넘어가던 LG가 '독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변화의 원인으로는 리더십의 변화가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그룹 전체적으로 확산됐다는 얘기다.

구 회장은 대내외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꿈과 열정을 다해달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 환경 변화가 LG를 바꿔놨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룹의 양대 축인 LG화학과 LG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두 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뒷걸음질쳤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에만 5008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에 고객사를 뺏기는 등 위기론이 확대 되면서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다.

3위 사업자에 머물러 있는 통신 사업에서는 5G(5세대) 시대가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도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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