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中배터리 보조금 폐지 앞두고 내우외환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 LG화학 - SK이노베이션 소송전 (PG=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기회가 열리는 가운데, 이를 앞두고 집안 싸움에 국내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0일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자사 특허를 침해한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현지 법인인 LG화학 미시간 (LG Chem Michigan Inc.)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말 LG화학이 자사 인력 영입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 한지 넉 달 만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제소에 곧바로 입장 자료를 내는 등 국내 배터리 업계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로 인한 소재 수급 문제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까지 나서 중재를 나섰지만 양측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2020년 세계 최대 배터리 시장인 중국에서 배터리 보조금 폐지되는 가운데 자칫 국내 업체간의 경쟁력 악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대량 생산 시대를 앞두고 주요 완성차 업체와 중국 배터리 공급 업체의 협력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중국 언론 동력배터리네트워크(动力电池网)의 지난 4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궈쉬안(国轩高科)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양사의 합작사(조인트벤처·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에 필수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받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폭스바겐은 지난 6월 스웨덴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에 9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0%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폭스바겐과 협력을 추진하는 궈쉬안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업체라는 점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금까진 한국 등 기술력이 뛰어난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았지만, 배터리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현재 상황에선 중국 내에서 생산 확대가 수월한 현지 업체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수급 문제로 전기차 생산 지연을 겪었던 아우디도 최근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BYD와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될 경우 한국 배터리 업체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현재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도 합작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계획대로 SK와 협력한다 해도 폭스바겐이 필요한 전체 배터리 물량은 정해져있기에, 궈쉬안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만큼 SK에서 구매하는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들이 중국과 배터리 협력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국내 업체간 소송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양사의 소송 판결 결과에 따라 배터리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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