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가 핵심기술 및 기업 경영상·영업상 비밀유지"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한 결정을 두고 삼성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1)

[미래경제 윤준호 기자]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한 결정을 두고 삼성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22일 수원지법 행정3부는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과 평택지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부분공개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작년 3월 삼성전자는 국가 핵심 기술과 경영상·영업상 비밀유지를 위해 해당 정보공개가 불가하다는 소송을 냈다. 작업환경 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 물질(총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기재한 것이다.

재판부는 "반도체 공정에 관련된 매우 세부적인 정보인 부서와 공정명, 단위작업장소에 대해서까지 일반 국민의 알 권리가 경쟁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받아야 할 영리법인인 원고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판정에 따르면 쟁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고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14년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이나 림프암 등에 걸린 근로자와 유족이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보고서에는 반도체 생산 장비의 개수, 장비 배치 상황, 공정별 간 사용 물질품목 등이 써 있다.

2017년 3월 대전지법은 온양공장 노동자 유족들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청구를 기각했지만, 2018년 2월 항소심에선 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그해 3월 고용부는 대전지법 항소심 결과를 반영해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결정을 내렸다.

한편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작년 7월 보고서의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하라고 결정했다. 중앙행심위는 당시 "공개될 경우 삼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하고 그 외는 공개한다"고 밝혔다.

일단 업계에선 기업의 핵심 기밀이 노출될 수도 있던 상황에서 상황이 반전되자 안도하는 눈치이지만 관련 논란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작년 10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은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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