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일본산 의존도 50%…SK이노베이션 전기차 분리막 공급 의사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한 가운데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 하기로 하면서 한일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기술 유출 혐의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수출 제한으로 고심하고 있는 LG화학이 기술 유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리막'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배터리 소재로 확전될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처 다변화를 위한 내부 시나리오 플래닝에 착수한 상태다.

배터리 재료비 45%를 차지하는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이 대상이다. 대부분은 내재화율을 높인데다가 중국산, 유럽산 등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분리막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용 분리막의 약 50% 내외를 일본의 도레이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로, 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다. 배터리 재료비 원가의 20%를 차지해 양극재 다음으로 비싸기까지 하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스미토모, 우베 등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2위권이고 중국에선 상하이에너지, 시니어, 상해은첩 등도 최근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LG화학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중국산 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는 SK이노베이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내 경쟁사에도 분리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2010년까지만 해도 LG화학은 분리막 수요의 절반 이상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직접 경쟁자로 올라서면서 소형배터리에서만 일부 사용할 뿐 전체적인 비중을 크게 줄여왔다.

대신 LG화학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사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상해은첩과 시니어 등을 거래선으로 확보하고, 중국산 분리막 비중을 50% 내외로 높였다. 그러나 중국산은 아직 품질 면에서 SK이노베이션 분리막에 미치지 못 한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 역시 SK이노베이션 분리막 품질에 대한 신뢰 면에선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LG화학이 최근 SK이노베이션과 기술유출을 놓고 소송전을 펼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먼저 소송을 전개한 LG화학 입장에선 선뜻 SK이노베이션 제품을 받기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화학 측은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 제품을 구매하는 데는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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