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자동차 부품 日 의존도 높아…추가 제재 우려에 긴장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양국 간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이 추가 경제 보복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래픽=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양국 간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이 추가 경제 보복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8일 NHK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품목을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일본 정부가 지난주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뒤 "한국 측의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그동안엔 한 번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했었으나, 이달 4일부턴 수출 계약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바꾸며 규제를 강화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국 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한 일련의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란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일본이 제3국을 통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청한 것에 대해 한국이 최종 답변 시한인 18일까지 응답하지 않을 경우, 추가 보복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가 보복조치로는 전략물자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정한 전략물자에는 전자·화학뿐 아니라 정밀부품·공작기계 등 식료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수출품이 포함돼 있다.

만약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배터리·자율주행차 등 미래 성장산업의 소재·부품뿐 아니라 공장에 설치하는 공작기계도 상당 부분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학소재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외에 대표적 성장산업 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업체들은 회사별로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4대 배터리 핵심소재 가운데 LG화학은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으로부터 양극재를 일부 납품받고 있다. 음극재는 미쓰비시화학이 LG화학과 삼성SDI에 공급한다. 분리막 부문에선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가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어 한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잘 접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고품질 바인더, 동박 제조에 쓰이는 설비, 전해액 첨가제 등은 일본 기업들이 원천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핵심소재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3만여 개의 부품 가운데 7000여 개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계가 연간 수입하는 54억달러 규모 부품·소재 가운데 10억달러가 일본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초정밀 카메라용 광학렌즈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모터의 부품도 일본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이 기계류 수출을 제한하면 산업 기반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산 기계류는 이미 국내 생산 라인에 대거 깔려 있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작기계 수입 규모는 12억6486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일본산이 5억4064만달러로 42.7%를 차지했다.

일본산 기계는 품질에서 독일과 함께 세계 1, 2위를 다투는 데다 물류비를 포함한 수입가는 독일산의 70% 수준이어서 국내 기업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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