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인사, 신사업 추진 등 혁식 주도…수평적 리더십 보여

구광모 LG그룹 회장. ⓒ 미래경제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의 대표직을 맡은 지 1년이 됐다. 구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변화'와 '혁신'이라는 새로운 색을 입히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6월 29일은 선대 고(故)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구 회장이 그룹의 수장 자리에 오른 날이다.

구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LG그룹의 변화와 쇄신에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파격 인사다.

구 회장은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쇄신성' 인사를 발표했다. 당시 LG는 LG화학·LG이노텍·LG상사·LG경제연구원 등 8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새로 선임했다. 이 인사에서 구 회장은 '내부발탁'이라는 그동안의 전통을 깨고 그룹의 핵심적인 요직에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먼저 지주사인 ㈜LG에 그룹 사업전략과 포트폴리오를 관장하는 경영전략팀을 신설하고 팀장으로 홍범식 베인&컴퍼니 코리아 글로벌디렉터 대표를 전격 선임했다.

이어 구 회장은 LG화학의 대표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하고 전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자동차 부품팀 팀장(부사장)으로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본부장을 영입했다. 자동차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전무로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도 합류시켰다.

구 회장은 경영진뿐만 아니라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미래를 책임질 인재 발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첫 대외 행보로 연구·개발(R&D) 인재들을 만나는 자리를 택했다.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국내 'LG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350여명의 인재를 만났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국내에 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 콘퍼런스 행사에도 참석해 인재 모집에 직접 나서고 있다.

신성장 사업 추진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인수·합병(M&A)도 추진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신사업 추진을 위해 50곳 정도의 기업을 인수·합병 리스트에 올려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계열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의 주식을 800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쟁력이 부족한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한 결단도 빛났다. 지난 2월 LG전자는 LG화학, ㈜LG 등과 함께 출자한 연료전지 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했다. 연료전지 사업을 접고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 계열 전장부품 사업에 집중한다는 결정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도 자동차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OLED 조명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또 적자가 계속된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스마트폰 생산 공장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40대의 젊은 리더인 만큼 구 회장 취임 이후 LG의 '일하는 분위기'도 변화했다. 직원들의 '복장'부터 달라졌다. LG는 구 회장 취임 후 직원들의 자율복장제도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평소 소탈한 모습으로 수평적인 리더십을 보여온 구 회장은 취임 직후 경영진들에게 자신을 '회장'이라는 직급 대신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1년에 두차례 진행되는 사업보고회의 형식도 '일방적 보고'에서 '토론 형식'으로 변경해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자율적·창의적인 모습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해왔다.

구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서도 편법을 쓰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 구 회장을 비롯해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LG의 지분을 물려받은 상속인들은 지난해 11월 상속세 9215억원을 과세 당국에 신고하고 6분의 1에 해당하는 1차 상속세 1500억원을 납부했다. 구 회장 등은 앞으로 최대 5년간 남은 상속세를 분할해 납부할 계획이다.

지난 1년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집중했다면 향후 1년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발생한 '화웨이 사태'로 LG유플러스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으며, 인력유출 문제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또 삼촌인 구본준 전 부회장의 계열 분리 문제도 남아있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우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