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장기 계약 매출 3조원 규모서 '5년 + α' 장기 서비스 계약으로 축소

UAE 바라카 원전. (사진=한국전력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장기 정비계약건 단독 수주에 실패했다. 당초 15년간 원전 정비 업무를 일괄 수주 및 최대 3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을 기대했지만 탈원전 정책 추진 여파로 기대와 달리 계약 기간과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이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Nawah Energy)'와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정비서비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양사간 합의에 따라 기간은 연장할 수 있다.

한수원‧KPS는 정비 분야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 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등 전문분야 정비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을 두고 관련 업계에선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 여파에 따른 계약 규모 축소라는 반응이다.

원전업계는 당초 15년간 원전 정비 업무를 일괄 수주해 인력 파견은 물론 국산 설비를 도입해 최대 3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계약 결과 기간은 5년으로 줄었고, 계약의 내용도 인력 파견 수준의 하도급 계약에 머물렀다. 계약 기간과 내용이 달라지면서 전체 수주액도 당초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인 수천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나와는 경쟁입찰을 통해 장기정비계약(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LTM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와는 정비를 포함한 바라카 원전운영 전체에 대한 책임을 본인들이 지고 정비사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기정비서비스계약(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LTMSA)으로 변경했다.

LTMA 계약을 체결하면 우리나라가 나와를 대신해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규모가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반면, LTMSA 계약은 나와가 원전정비사업을 총괄하면서 이에 필요한 인력을 우리나라에서 파견받는 것을 의미한다. 원전 정비와 관련된 일감을 누구에게 배분할 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우리나라가 아닌 나와에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와 나와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계약과 관련해 나와 측은 "정비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나와는 한국이 원전 건설을 도맡는 상황에서 정비 계약까지 가져갈 경우 원전에 대한 장악력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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