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약 ‘190조원’ 매년 증가…KB·우리·농협도 인하 검토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금융지주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그래픽=뉴스1)

[미래경제 김석 기자]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지주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7월부터 손실 난 퇴직연금 계좌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하나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80% 낮추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KEB하나은행도 손실 난 퇴직연금(누적) 고객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른 경쟁사인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역시 퇴직연금 수수료 개편 및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연금자산을 준비하는 만 19세부터 34세 가입 고객에 대해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수료를 70%를 인하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또 만 55세 이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는 고객들 대해서도 수수료를 최대 80% 내리기로 했다.

이미 적용 중인 장기가입 할인율(가입 후 2년차 10%, 3년차 12%, 4년차 이후 15%)까지 감안하면 청년가입 고객은 최대 85%, 만기 연금수령 고객은 최대 95%까지 수수료 할인혜택을 받게 된다.

KEB하나은행은 확정기여형퇴직연금(DC)의 자산관리 수수료율도 일괄 0.02%p 인하한다.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 그해 청구된 수수료 자체를 일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연금자산관리 전용 플랫폼 ‘하나연금통합포털’과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일대일 맞춤 자산관리와 수익률 컨설팅을 제공하는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강화한 바 있다.

퇴직연금 수수료 경쟁에 먼저 나선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지난 16일 신한금융지주는 손실이 난 퇴직연금 계좌에 대해선 7월부터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운용·자산관리수수료를 최대 20%, 일시금이 아닌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면 연금 수령 기간 운용관리수수료를 30% 감면하기로 했다. 만 34세 이하에 가입하면 운용관리수수료를 20%까지 깎아준다.

이 같은 금융지주들의 움직임에 KB금융지주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곳이 바로 KB금융지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KB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17조435억원이었다. 금융권 2위(1위 삼성생명, 24조6100억원) 퇴직연금 사업자인 신한은행(19조640억원)의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KB금융지주도 하반기 중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KB금융은 퇴직연금 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연금본부를 신설하고 퇴직연금 체계 전반을 손질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존 연금사업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했고 KB증권과 KB손해보험에도 연금기획부를 신설해 매트릭스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확정급여형(DB) 수수료를 최대 0.08%p, DC형은 0.05%p 내린 데 이어 올해 추가 인하를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퇴직연금 부문에 힘을 싣기 위해 우리은행의 기존 연금신탁사업단을 연금신탁그룹으로 격상시켰다.

한편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190조원으로 전년(168조4000억원)보다 12.8% 증가하는 등 매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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