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가발전개혁위원회 "美의 화웨이 제재 동참시 불이익"…반독점 조사까지

미중 무역분쟁 확대에 다른 미국의 탈화웨이 요구에 국내 최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이미지=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탈화웨이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미중 무역분쟁에으로 인한 제2의 사드보복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IT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이 벌이고 있는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호출에 불려간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기업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ARM 등 글로벌 IT 업체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SK 등 해당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화웨이의 상황에 가장 민감한 곳은 삼성전자다. 화웨이가 서버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알파벳 순)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00억원) 가운데 17.7%(43조2100억원)를 중국에서 올렸을 정도다. 전년(16.0%)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는 경쟁자이긴 하지만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6조7700억원) 가운데 중국이 절반 가까운 47%(3조1600억원)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우시(無錫)와 충칭(重慶)에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우시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웨이 제재' 사태를 빌미로 삼성과 SK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중국의 반독점 조사 압박이 더욱 거세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업체에 대해 중국내 매출거래 과정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최대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해당 조사는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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