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한남 ‘데이비드 퀸 개인전’ 30일까지 열려

데이비드 퀸 작품 이미지.(사진=가나아트 제공)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가나아트 한남에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데이비드 퀸(David Quinn, 1971-)의 개인전을 5일부터 30일까지 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데이비드는 졸업 전 마지막 해에 다이어리 크기의 노트 연작을 처음 시도했다. 그 작업은 작은 수첩에 일기를 쓰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이 일기는 글이 아닌 색채와 글자 또는 선과 점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그의 일기는 디자인과 학생들과 선생님의 이목을 끌었고 그들의 권유로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뜯어 작은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졸업 후에도 노트 연작을 중심으로 전시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작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어느 순간 노트 그 자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디자인할 때 사용했던 스케치 노트와 동일한 크기의 나무 합판 위에 종이를 붙여 그림을 완성한다.

데이비드는 오랜 기간 같은 사이즈를 사용해 많은 추상화를 만들어 냈다. 작가는 2015년 Taylor Galleries에서 개최된 개인전에서 큰 크기의 작업을 시도한 바 있으나 결국 작은 노트 크기의 작업으로 돌아오게 된다.

제한된 작은 공간은 마치 그가 의식 없이 낙서를 하는 것과 같은 화면을 만들어내게 유도한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을 종종 휴대하기 간편한 작은 노트에 정리했던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내려가 듯 회화를 완성했다.

데이비드는 작업을 종종 시에 비유한다. ‘회화는 조용한 시’라는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일본의 단시(短詩)와 같이 정신을 본다고 말한다.

이는 작가가 시각적인 조형요소로 일기를 쓰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했 듯 자신의 상념을 단어가 아닌 선과 점으로 회화화한 것이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반복되는 선과 점 그리고 그리드는 문장을 구성하는 ‘낱말’로서의 구성에서 나아가 일정하게 흘러나오는 신체적인 리듬의 형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가 반복적으로 그어 내린 선과 찍어 내린 점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완성된 결과물 앞에서도 작가의 움직임을 상시시키는 것이다.

한편 한 손 안에 들어오는 그의 작은 작업들은 오래된 노트를 떠오르게 한다.

그의 작업의 주요한 소재인 나무 합판은 오래된 듯 색이 바라져 있고 모서리들은 부드럽게 닳아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간을 창조한다고 말한다.

결국 그가 완성하는 것은 하나의 회화이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가 소비하는 시간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반영되는 자신의 생각까지 데이비드는 ‘명상의 시간’이 자신의 작업에 투영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데이비드는 불교를 연구하면서 우리나라의 ‘무위(無爲)’의 개념과 유사한 일본의 철학 와비사비(わびさび)의 영향을 받았다. 작가는 지우기고 그리는 행위를 통해 유한한 시간과 완전함의 한계를 가지는 우리의 존재 그리고 덧없는 삶에 대한 자신의 상념을 작업에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비드의 새로운 노트 연작이 공개된다. ‘Machnamh’이라는 신작의 작품명은 아일랜드의 언어로 ‘명상(contemplation), ‘숙고(reflection)’를 의미한다. 이는 그의 작업이 ‘명상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는 짧은 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가나아트 한남 측은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비드가 회화적으로 구현한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시간의 흐름을 작가의 신작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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