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심사 통과 미지수, 주총장 변경 적법성도 다툴 듯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안건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미래경제 김석 기자] 회사 분할에 극렬하게 반대 해온 노조의 반발을 피해 현대중공업이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사전단계인 물적 분할을 기습 의결했다.

회사 분할에 반대해 온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임시주주총회 장소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물리적으로 주총을 저지했지만 사측은 주총장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하고 '속전속결'로 분할안건을 승인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과 '사내 이사 선임의 건'을 의결했다.

이번 법인분할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 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지분은 현대중공업지주가 30.95%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9.3%), 케이씨씨(6.6%), 아산사회복지재단(2.38%), 현대자동차(2.31%) 등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총 주식수의 72.2%인 5107만4006주가 참석, 참석 주식수의 99.9%인 5101만3145주가 찬성해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 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사업회사, 신설회사로 존속회사의 100% 자회사)으로 분할했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양 사의 분할 등기일은 6월 3일이며,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식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이 바뀌며, 거래 중지 없이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2안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참석 주식수의 94.4%인 4819만3232주가 찬성표를 던져 현대중공업 조영철 부사장(재경본부장 겸 CFO)과 주원호 전무(중앙기술원장)가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가 열리는 31일 오전 현대중 노조와 사측이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은 물적 분할에 따른 존속 회사이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 지분 전체(55.7%)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한다.

이 대가로 산업은행은 1조25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와 8500억원 상당의 보통주를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실사를 마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하려면, 국내뿐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 10개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심사 기준 중 핵심은 이번 계약이 조선업계 전반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들의 시장 당국으로부터 인수·합병을 승인받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에서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 시장의 평가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한국 정부가 자국의 조선업체를 지원과정에서 보조금협정을 위반했다며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상태다.

이번에 임시주총의 장소를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효력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현대중공업 사례처럼 예정된 주총장에서 정상적인 개최가 어려운 사유가 발생할 경우 장소를 변경할 수 있지만 주주들이 주총 참석에 문제가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현장에서 오전 10시40분에서야 주총장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하고 30분 후인 11시10분에 연다고 공지했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 체육관까지는 약 20㎞ 거리로 자가용을 이용하면 40분 이상,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여서 해당 주총장에 있었다면 정상적인 참석이 어렵다.

특히 일부 주주들은 바뀐 주총장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반면, 노조 조합원 소속 주주 등은 주총장 변경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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