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미중 무역전쟁 확산사태에 따른 미국이 중국 IT(정보기술) 업체 화웨이에 대한 공세에 한국도 가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최대 수출국이자 거래처인 중국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 무역의 확산에 따른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의 상황에 가장 민감한 곳은 삼성전자다. 화웨이가 서버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알파벳 순)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00억원) 가운데 17.7%(43조2100억원)를 중국에서 올렸을 정도다. 전년(16.0%)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는 경쟁자이긴 하지만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6조7700억원) 가운데 중국이 절반 가까운 47%(3조1600억원)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우시(無錫)와 충칭(重慶)에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우시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고위 정부 관계자가 잇따라 방한 하면서 이들 기업 입장에선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한국-장쑤성 개방혁신협력 교류회'에 참석한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화웨이와 관련 이슈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