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LG화학 직원 "LG화학 이직자 산업스파이 묘사, 모욕감 넘어 수치심"

전 LG화학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국민 청원 게시판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을 두고 LG화학의 처신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소송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화학의 처신을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LG화학의 전 근무자라고 밝힌 청원인(twitter-***)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일자리 카테고리에 'LG화학의 퇴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 호소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의 글에서 기업명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됐지만 2019년 4월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2차전지(충전이 가능한 전지) 기술유출 의혹을 제소한 내용을 소개한 글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을 얘기하고 있다.

청원인은 글에서 "소송의 내용은 마치 SK이노베이션과 이직자가 사전공모를 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빼돌려 이용했다는 어감인데, 이직자들을 산업스파이로 묘사하는 부분은 모욕감을 넘어선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며 "물론 이직으로 인해 이직자의 회사가 바뀌었지만, 수년간 같이 동고동락하며 같이 울고 웃던 식구한테까지 이렇게 매도를 해도 되는가. 배신감보다는 허무함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청원인은 이어 "작년 3월 당시 대표이사였던 박진수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인력유출 문제를 물어보는 기자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퇴사자들의 업무수준을 폄하했으나, 지금은 핵심인재라며 기술을 들고 나갔다고 LG화학은 주장하며 이중으로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LG화학의 주장대로 작년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인원이 76명이며, 이 인원들이 너무나 현실이 힘들고 희망을 찾지 못해서 스스로 새로운 터전을 찾은 건 아닌지 이직자들의 입장을 한 번쯤은 고려해봐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아닌 다른 회사까지 포함한다면 (이직자가) 수백명이 넘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퇴사하는지 먼저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 배터리 사업은 투명한 공개 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경력직원을 채용해 오고 있으며, 경력직으로의 이동은 당연히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이동 인력 당사자 의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핵심인력들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에 입사지원한 인원들은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도 요청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ITC가 5월 중으로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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