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한남 ‘이영림 개인전-개인적 구조’ 8일부터 열려

이영림, Blue and Brown, 2017, Mixed Media, 57x53cm.(사진=가나아트 한남 제공)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나무의 물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이를 구조화하는 작업을 전개하는 이영림 작가의 개인전이 가나아트 한남에서 8일부터 6월 2일까지 열린다.

오랜 시간 인지심리학을 공부한 작가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감각과 이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들 작업으로 연결시킨다.

‘어느 순간 공간이 회화적으로 다가왔다’ 작가는 조각이 갖는 매스의 문제에 참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점유하는 공간과 더불어 입체의 평면화를 통한 역설적 경험을 제시한다. 즉 이영림은 회화적이면서 조각적인, 모호한 자리에 놓이는 부조적인 회화작업을 실험하면서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문다.

나무 합판 위에 사각형의 나무 조각들을 구조적으로 배치한 후 레진이나 아크릴 미디엄으로 붙여 완성되는 이영림의 작업은 벽면에 걸리는 회화다.

작가는 캔버스와 물감으로 완성되는 회화의 물성 그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이와 같은 ‘회화의 물질성’ 드러내는 작업을 구현하기 위해 이영림은 작업에 사용된 나무조각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냈다.

수성물감으로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이염된 조각들은 각기 다른 농도의 색을 띠며 작가가 배치한대로 구축됐다. 물질성을 드러내기 위해 물감을 층층이 쌓았던 화가들처럼 작가는 나무를 입체적으로 집적한 것이다.

이처럼 ‘회화의 구조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는 나무 합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나무 조각으로 조직함으로써 생겨나는 새로운 공간들에 집중한다.

평면의 합판 위에서 만들어진 공간들로 인해 이영림의 작업은 입체가 되지만 작가는 이를 벽에 부착해 정면으로 시야를 제한함으로써 집적된 조각들을 평면의 회화로 변환한다. 따라서 이영림의 작업은 회화와 조각의 범주를 오가는 탈장르적 특성을 지닌다.

이영림, Red, 2017, Mixed Media, 48x72m.(사진=가나아트 한남 제공)

더불어 이영림의 작업은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의 과정 안에서 그 의미가 창출된다. 작가는 보는 이의 시선과 위치에 따른 작품의 변화도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즉 관람객의 ‘신체적 경험’ 또한 작품의 의미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것이다.

관람객들의 시선이 측면에 있는가, 혹은 정면에 있는가에 따라, 이영림 작업에 나타나는 평면과 입체의 차이는 뚜렷하다. 또한 전시장의 조명에 따른 빛과 그림자에 따른 공간의 변화는 보는 이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이와 같이 이영림의 작업은 관람객을 작업의 일부로 끌어 들인다. 이는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 1936)가 말하는 현대조각에 나타나는 ‘연극성’ 즉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장은 무대가 되고 그들이 배우가 되는 상황을 유도하는 특성과 동일하다.

관람객들은 ‘본다’는 감각에 충실하며 작품을 해석하는 주체자가 되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이영림의 ‘집적 시리즈’들은 가나아트 한남의 개인전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이전 작업들에 시도했던 공간과 회화 작업과의 조화를 통한 부피와 평면의 융합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집적 시리즈들은 ‘집단’과 ‘개체’의 역설 또한 나타난다. 나무 조각들이 얽힌 하나의 덩어리는 집합체이면서도 물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조각 하나하나는 또 다른 독립적인 개체로서 존재한다.

가나아트 한남 측은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개인전을 거듭하면서 연구해온 공간에 대한 실험과 매체들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물성을 감각하며 작품의 의미를 해석해보는 흥미로운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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