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보유 지분 33.47% 매각…아시아나항공 설립 31년 만에 그룹서 분리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자금난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설립 31년 만이다. 그룹 전체 자산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서열이 25위권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6868만8063주)을 매각하기로 한다는 수정 자구안을 의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 45.3%를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나선 것은 올해 갚아야 할 돈만 1조3000억원인데 이를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1조원이 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바로 갚아야 한다. 당장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 회사채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지분(140억원 수준)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3년 안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채권단은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결국 거부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을 내놓았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조건을 담은 자구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그룹 덩치도 쪼그라들게 된다. 한 때 8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렸던 현대그룹과 비슷한 처지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을 계기로 계열사들이 분리된 뒤 현재는 10여개의 계열사만을 거느린 중견그룹이 됐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이 제시한 수정 자구계획을 검토하고자 채권단 회의 개최 등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항공 매각으로 선회하면서 인수 후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력후보군으로는 신세계와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 등 유통업체가 거론된다. 유통기업이 항공사를 거느리면 물류망 확대는 물론 면세점 확보에도 유리해서다.

SK와 한화그룹 등도 언급된다. SK그룹은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기업 M&A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항공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화는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운항을 준비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 투자에 나섰을 정도로 항공업에 관심이 높다는 후문이다. 항공업은 그룹 주력 중 하나인 방산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있다는 점에서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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