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양가·규제 강화로 중도금 대출 어려워…건설사 무순위 청약 도입

서울에서 첫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몰린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한양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지난 몇 년간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은 나오기만 하면 모두 완판 되며 '로또'로 통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부딪히며 올 들어 미분양 사례가 2년만에 등장하는 한편 미계약 물량도 속속 나오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평균 청약 경쟁률 11대1을 기록했던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일반분양분 419가구 중 41%인 174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평균 1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가격도 9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 제외 대상이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저조한 결과다.

지난 2월 노원구에 분양한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도 전체 일반분양 560가구의 11%인 62가구가 미계약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분양된 대림산업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서울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같은 달 분양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역시 청약 경쟁률은 33대 1에 달했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403가구 중 9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그동안 '로또'로 불리던 서울 시내 청약이 주춤한데 있어 높은 분양가를 원인으로 꼽는다.

분양가는 주변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 또는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한다.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오른 탓에 올 들어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분양가도 높아졌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분양가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지만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담보대출비율(LTV)이 집값의 40%로 제한된다. 분양 대금 중 입주 때 내는 잔금 비율이 보통 20%이므로 입주 예정자는 분양 대금의 40%를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9억원짜리 아파트라면 최소 3억6000만원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미계약분 아파트는 모델하우스에서의 선착순 분양, 인터넷 추첨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에 나온다. 미계약분은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여도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서울 분양 단지에서도 미계약분이 늘어나자 시행사들은 1순위 청약 이전에 향후 미계약 시 추첨 대상을 먼저 뽑아놓는 '사전 무순위 청약'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10~11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아파트에는 1만4376건의 무순위 청약 신청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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