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배당·사외이사 선임안 모두 부결

현대차 그룹을 상대로 고배당 및 경쟁업체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모두 패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차 그룹을 상대로 연간 당기순이익의 4배 이상을 배당으로 내놓으라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요구가 결국 무산됐다.

22일 열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엘리엇 제안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은 올해 1월 현대차에 주주제안을 보내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배당 총액 기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선주 배당까지 고려하면 배당 총액이 약 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현대차 이사회 배당안은 주당 3000원이다.

현대모비스에는 보통주 주당 2만6399원, 우선주 주당 2만644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배당 총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대모비스 이사회 안은 주당 4000원이다.

표결 결과 현대차 그룹의 압승이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엘리엇이 찬성을 이끌어낸 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11%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다. 엘리엇의 무리한 고배당요구에 대해 다른 주주들의 반감은 커졌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라스루이스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역시 엘리엇 배당안에 반대권고를 냈다. 주총 전 엘리엇은 주주 지지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논란이 많았던 엘리엇의 사외이사 선임안 역시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사외이사 후보 각각 3명, 2명을 추천했다.

이중 현대차에 제안한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이다. 이 회사는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해당 후보가 사외이사에 부임할 경우 현대차 수소경제 전략이 경쟁사인 발라드파워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제안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 역시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의 CTO다. 올해 모비스는 카르마와 거래 관계를 확대할 예정이다. 후보자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하면 이해상충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엘리엇이 추천 사외이사를 활용해 현대차그룹에 다시 무리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제시한 현대차 후보자 3명은 찬성률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모비스에 추천한 후보자도 모두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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