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개편 무산·실적악화로 3400억 손실 추정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 개입의사를 나타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엘리엇 홈페이지 캡처)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 개입의사를 나타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3000억원에 이르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해왔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우선주를 포함해 배당금 5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각각 요구했다. 이는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 배당에 해당하는 액수로, 현대차와 모비스 사측이 제시한 주당 배당금 4000원의 5~6배 수준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순이익의 353%에 이른다.

업계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계기로 수익을 내기 위해 2017년 말부터 집중 매입한 현대차그룹 주식이 하락하며 엘리엇의 손실이 커진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향후 재개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승계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들을 규합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오너 3세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2017년 말부터 현대차·기아차·모비스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이후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자 엘리엇은 주식보유 사실을 공개하고, 노골적 반대와 주주집결에 나섰다.

지난해 8월에는 현대차 주식 640만주(3.0%), 기아차 주식 860만주(2.1%), 현대모비스 주식 250만주(2.6%)를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새 개편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이 무산되고, 글로벌통상환경 악화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악화되며 현대차그룹 주가는 내림세를 이어갔다.

업계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주가 매입으로 3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배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엘리엇은 2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 손실을 크게 축소할 수 있게 된다.

엘리엇은 지난해 말부터 현대차그룹에 비핵심 자산 매각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공개 서신을 보내 현대차그룹이 최대 1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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