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어 4대그룹 중 두 번째…지배구조 개편 속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3월 SK㈜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면 더이상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 최 회장은 2016년 사내이사에 복귀한 이후 3년간 SK㈜ 대표이사와 의장을 겸임해 왔다.

신임 이사회 의장에는 이번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될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SK㈜ 외에도 주요계열사가 이미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교체했거나, 이를 앞두고 있다.

이번 결정은 이사회의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이사회까지 장악하면 주주 신뢰를 높이기도 어려워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분리는 글로벌 기업에서는 일반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3월 주총 이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SK(주)는 SK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다. SK(주)가 SK이노베이션(33.4%)·SK텔레콤(25.2%)·SK E&S(90%)·SK네트웍스(39.1%)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이들이 다시 유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이 SK(주)의 지배력을 일부 스스로 내려놓는 건 이와 같은 지배구조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의장을 선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이 꾸준히 화두로 제시한 ‘사회적 가치 실현’과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최 회장은 연초 SK그룹 신년회에서 “매출·영업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구성원의 행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구성원’의 일부를 주주라고 본다면, 이번 기업 지배구조 변화는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은 주주들의 권한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이 개발 중인 ‘이사회 평가 모형’도 최 회장의 의장직 사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활동의 평가 기준을 설립하고 있다. SK㈜는 지난 2016년 거버넌스위원회를 설립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이사회가 사전 심의하는 제도를 설립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우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