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하락세 집주인 돈 못내줘…금융당국, '깡통전세' 실태조사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보증회사가 지난해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이 전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세 가격이 추락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에 대한 긴급 실태 파악 및 비상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10일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두 회사가 지난해 지급한 전세보증보험금은 1607억원으로, 2017년 398억원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임차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될 때 이를 보증기관에서 대신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민간 보험사인 SGI서울보증과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두 곳에서 취급하고 있다.

두 회사의 보험금 지급이 대폭 증가한 건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하거나 기존 전세금과의 차액을 충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가입 건수는 11만4465건으로 전년(6만1905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에만 1만1272명 가입해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깡통전세를 지목하고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집값 및 전세가 하락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9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소비자에게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적극 권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금융위는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에게 집을 담보로 전세금 반환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역전세대출’이나 경매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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