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성장 폭 비해 성과급 작다"…노사 갈등 확대 양상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지급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2018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17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달성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지급 규모 1600%보다 100%포인트 오른 1700%(PS 1000%+특별상여 500%+PI 200%)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40조4451억원, 영업이익 20조8438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4.3%, 51.9%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이를 고려한 성과급 지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기대보다 성과급 규모가 적어서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성장폭에 비해 성과급 증가폭이 낮다는 주장이다.

결국 지난 28일 이천·청주 노동조합이 개최한 긴급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과반의 찬성 실패로 부결됐다.

이런 가운데 사측이 사무직 근로자에게만 성과급을 우선 지급하기로 결정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노조의 합의안이 부결된 28일 오후 기술사무직 전 직원에게 개인 메일을 통해 "2018년 경영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기술사무직 근로자들만 30일에 이익분배금(PS) 1000%, 특별기여금 500%는 2월 1일에 받는다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의 노조는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분리돼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각각 한국노총 산하 개별노조가 있다. 노조 규모는 이천 사업장 7200여명, 청주가 5000여명으로 생산직만 가입할 수 있다. 이들 2개 노조는 모두 전임자를 두고 활동하고 있지만, 이천 노조가 생산직을 대표해 사측과의 임금협상에서 교섭권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SK하이닉스의 사무직 노조는 만들어진 지 1년이 채 안된다.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4급(대졸자 신입) 이상 기술사무직 중심 노조로 노조가 이제 막 생겨난 단계라 이번 임단협에서는 사실상 배제돼 있었다.

교섭권을 가진 이천 생산직 노조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측과 특별성과급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SK하이닉스 노조의 임단협은 10~11월에 마무리돼 해를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는 메모리 초호황에 힘입은 사상최대 '특별성과급' 지급 유무와 관련한 협상 등이 지지부진하면서 연내에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사무직 노조는 이에 대해 "일방적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다. 또 사측이 현 노조 구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생산직과 사무직 노조 모두 사측이 '노노갈등'을 조장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SK하이닉스 사측은 '성과급은 노조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긋기를 하고 있어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전 이천 생산직 노조는 사측에 "사무직에만 일방적인 성과급 지급 결정을 중단하라"는 공문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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