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차량공유 그랩 투자 등 전방위 확대

현대차가 그랩을 통행 코나EV를 활용한 카헤일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최근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에 투자를 가속화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동남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데 이어 베트남과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등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울 양재동 본사에서 베트남 탄콩그룹과 판매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베트남에 10만대 판매체제 구축을 목표로 현지 탄콩그룹과 판매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탄콩그룹은 2009년부터 베트남에서 현대차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업체로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판매량을 끌어올리면 장기적으로 현대차가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설립된 탄콩그룹은 건설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23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부터 현대차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1년 탄콩그룹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베트남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탄콩그룹과 생산 합작 법인(HTMV) 및 CKD 공장을 설립했다. CKD 공장에서는 해외 전략 모델인 i10을 비롯해 엑센트, 엘란트라, 투싼, 싼타페, 포터 등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가 생산 합작 법인과 CKD 공장 설립에 이어 판매부문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베트남이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 공략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베트남 자동차 산업수요는 2017년 22만6120대에서 지난해에는 28만7949대까지 확대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성장세에 맞춰 베트남 판매에 주력한 결과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서만 5만5924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판매량으로 시장 점유율도 7.5%포인트 확대된 19.4%를 기록하며 토요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올해 1월 신형 싼타페 투입을 시작으로 아반떼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연이어 현지에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차는 2020년 하반기 2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10만대까지 확대하고 베트남에서 10만대 판매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현대차 계획이다.

베트남에서의 적극적인 행보는 장기적으로 현대차가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출범한 아시아경제공동체(AEC)에는 동남아 6개국이 모두 포함됐다. 지난해부터 AEC 회원국간 교역은 무관세로 이뤄진다. 현대차가 현지생산 공장을 설립하면 이를 거점으로 관세혜택을 받고 있는 다른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현대차는 완성차 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코나EV'로 싱가포르에서 그랩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동남아에서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동남아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를 경험하게 하고 차량공유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져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계산이 읽힌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서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정 부회장은 같은 달 외부 업체 투자 금액 중 역대 최대인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그랩에 투자했다. 그랩은 20대의 코나EV로 전기차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200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초기 붐 조성을 위해 차량 대여금액도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80 싱가포르달러(약 6만6000원)로 책정했다. 싱가포르의 대형 전력 공급업체인 싱가포르 파워 그룹도 그랩 드라이버들이 전기차 충전소에서 30% 저렴하게 차량을 충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협력에 나섰다.

그랩은 이미 동남아시아 지역 8개국, 235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현대차는 향후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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