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앱·음원·무료 로밍 등 기존 상품 새로 출시해 경쟁 구도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탈통신을 선언하고 다양한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최근 들어 기존 서비스를 새로 개편하는 등 카카오 겹치는 영역의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카카오와의 경쟁구도를 마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5일 택시 호출 서비스 'T맵 택시'를 전면 개편했다. 2015년 시작했던 T맵 택시 사업을 다시 개편해 업계 선두인 카카오택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근 카카오의 카풀앱 출시로 택시업계와 마찰이 지속되면서 그 틈을 노려 다시 한번 택시앱 시장의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재출시 시기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로 인한 택시업계와의 갈등 시기가 맞물리면서 10월 말 기준 월간 실사용자가 10만명에 불과했던 T맵 택시는 3주 만에 평균 배차 성공률이 17%에서 61%로 높아지고, 호출 건수도 10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택시 호출에 곧바로 응답할 수 있는 '콜잡이' 버튼을 무료로 배포하고 요금 할인 및 혜택을 늘리면서 택시기사들도 승객에게 "카카오T 택시 대신 T맵 택시를 사용하라"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또 이달 11일에는 한때 멜론을 가지고 있던 SK텔레콤이 새로운 음원 서비스 '플로'를 선보이며 음원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카카오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최근 AI 스피커의 보급에 따른 음원서비스의 중요도가 커짐에 따라 멜론은 매각했던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새로운 음원 서비스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플로는 이용자가 아이디 하나당 최대 3개까지 '캐릭터'를 설정해 사용할 수 있는 게 차별점이다. 출근할 때, 운동할 때,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 등 상황에 맞는 캐릭터를 정하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감상 이력이 따로 축적된다.

인공지능(AI)이 감상 이력에 따라 음악을 추천해줘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멜론의 원래 주인은 SK텔레콤이었다. 2013년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659억원을 받고 홍콩계 사모펀드에 팔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주)SK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하려면 지분 100%를 가져야 했다. 손자회사인 SK텔레콤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는 대신 매각을 택했다. 홍콩계 사모펀드는 1조2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에 매각했다.

지난 17일에는 SK텔레콤이 T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에서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을 직접 겨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에서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쓰면 데이터가 차감되고 앱 이용자끼리만 통화할 수 있지만 T전화 로밍은 모든 유·무선 가입자가 데이터 차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전화 앱과 보이스톡의 통화품질 비교 시연을 하기도 했다.

카카오와 SK텔레콤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구글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안드로이드 오토'의 한국 서비스를 내놨을 때 T맵이 아니라 카카오 내비를 기본 서비스로 적용한 것을 두고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전에 T맵도 협력을 제안받았지만 제대로 협의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며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없다면 우리가 공들여 키워가는 모든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두 회사는 T맵과 카카오 내비를 각각 발판삼아 차량 플랫폼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T맵과 카카오 내비로 수집한 데이터는 향후 승차공유, 자율주행자동차 등 차량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올해 들어 무선매출이 점점 하락하는 상황에서 '탈' 통신을 선언하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장을 나서고 있다" 며 "카카오는 물론 IT기반 다른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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