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조-신세계 1조 온라인 투자…쿠팡 투자금 규모 사상 최대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으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온라인 강화 경쟁이 불붙고 있다.(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국내 유통업계가 쿠팡의 투자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적에도 쿠팡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셈으로 그 속내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11월20일 환율기준 2조2570억원 상당) 투자를 받았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2015년 6월 소프트뱅크그룹의 10억달러 투자 이후 이뤄진 이번 추가 투자 유치로 투자금 규모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 중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쿠팡은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고객을 위한 기술 혁신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의 롯데와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 손 회장의 이번 추가 투자가 한국 온라인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쿠팡의 이번 투자유치는 2015년 1억달러(1조1000억원)에 이은 두 번째로 국내 온라인쇼핑몰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겸 CEO는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다”며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다만 손 회장의 이 같은 투자방침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대규모 온라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에 손 회장의 투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롯데는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발표하며 온라인을 강화해 오프라인 사업에 도움을 주고 오프라인 핵심 역량을 온라인에 활용하겠는 구상이다.

여기에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도 지난달 온라인사업에 1조원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향후 온라인 시장을 둘러싼 유통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는 12월 27일 온라인 별도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한편 쿠팡은 이번 투자 유치로 당장 자금 융통에 한숨을 돌릴수 있게 됐다. 쿠팡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적자 규모는 5000억원 이상으로 2015년 1억달러 투자유치를 받은 이후 3년간 누적적자만 1조7500억원에 달한다.

물류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며 ‘쿠팡맨’ ‘로켓배송’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이베이,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강자들까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

특히 과거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3사로 분류됐던 위메프, 티몬 등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비해 쿠팡은 외형 확장을 지속해 왔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물류와 결제시스템 등에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손 회장의 투자금 20억 달러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에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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