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실적 악화·美관세 까지 부담감 가중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작업에 개입 의지를 드러냈던 미국계 벌처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또다시 현대차그룹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부터 압박에 나서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엘리엇은 13일 현대차그룹에 서신을 보내 "현대차그룹은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라며 "최대 8조원가량의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자사주 매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뒤 세 번째 공세에 나선 것이다.

또한 엘리엇은 "국제적인 경력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 이사회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향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이사회가 해외 산업 경험을 두루 접목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신규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적절한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제안 사항 등을 다음 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8조~10조원, 현대모비스가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8조원, 4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4년 이후 매입한 이후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고 있는 강남 부지를 포함해 주주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켰던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면적이고 전략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3.0%, 기아차 지분 2.1%, 현대모비스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고 주주다. 엘리엇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과 현대차를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표면적으로는 주주환원 및 경영방식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지난 5월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사실상 멈춰있다.

연내 지배구조개편안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연내 안에 발표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 입장에선 최근 판매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와 여기에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엘리엇의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우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