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자체개발 AI '오지고' 바둑 대국서 83수만에 패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1대4로 패배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지난 2016년 구글의 딥러닝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이후 국내에는 AI와 딥러닝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국내 AI 기술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여전히 한참 뒤진 것으로 드러나 씁쓸함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바둑의 날 제정 기념 바둑 축제가 열렸다. 이날 가장 큰 관심거리는 한국 랭킹 2위(현재 1위) 신진서 9단과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오지고(Og-Go)'의 대국이었다.

지난해 카카오 AI 연구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은 한국기원의 대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개발한다고 발표했고 이날은 오지고가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날이었다. 오지고는 국내 IT(정보기술) 대기업이 개발한 첫 바둑 AI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신 9단이 AI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016년과 2017년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가 이세돌·커제 9단을 차례로 꺾었고, 일본 '딥젠고', 중국 '줴이'도 프로바둑 기사보다 앞선 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국은 예상과는 다르게 신 9단이 단 83수(手) 만에 오지고의 어이없는 실수로 불계승을 거뒀다.

바둑 AI는 AI 핵심 기술인 딥러닝(심층학습)을 개발하는 데 가장 좋은 사례로 꼽힌다. 미국·중국·일본의 기업들이 앞 다퉈 개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단편적인 예이긴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대국으로 국내 AI 기술의 현주소가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는 1.9년이었고, 미국과 우리나라의 격차는 2.3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AI에 투자한 예산만 8조원이었다. 알파고 이후 AI열풍이 불었던 한국은 불과 1600억원에 불과하다. 중국 바이두는 'AI 인재 10만명 양병론'을 추진하는데 삼성전자는 '1000명 확보'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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