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영향 지분매입 1.5조 비용 절감…자회사 지분율 상향도 맞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안으로 편입하는 신속한 경영행보를 보였다. 때마침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이 추진되고 있고 마침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황에 빠른 판단이라는 평가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호텔롯데(410만1467주)와 롯데물산(386만3734주)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지분 양수 금액은 약 2조2274억원으로 롯데지주의 총자산 대비 10.17%에 해당한다.

지난해 10월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지만 성장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 아래로 가져오지 못했다. 롯데지주가 롯데카드와 롯데케미칼 지분을 팔아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는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된 이유다. 현행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가 금지돼 있어 롯데지주는 내년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

시기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었지만 신 회장은 복귀하자마자 기업어음 5000억원, 금융기관차입 1조5000억원 등 대규모 단기차입까지 감수하며 빠른 결정을 내렸다.

결정적 이유는 연중 최고점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주가 영향으로 분석됐다. 롯데케미칼의 52주 최고가는 지난 3월 2일 기록한 47만5000원이다. 석유화학 시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다만 2분기부터 업황 침체가 시작되면서 지난 5월 3일 40만원대가 무너졌고 9월 6일 30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지난 5일에는 25만3000원을 기록, 52주 신저가를 갱신했다. 불과 7개월만에 46.7% 주가가 하락했다. 경쟁사 LG화학은 같은기간 14.5% 주가가 떨어지는데 그쳤다. 롯데케미칼은 마땅한 신사업도 없어 시황 침체에 따른 주가의 영향이 큰데다 신 회장의 구속이라는 ‘오너 리스크’도 한몫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떨어진 주가를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롯데지주의 이번 시간외거래의 취득단가는 27만9645원로 모두 2조2274억원을 썼다. 최고점(47만5000원)에 거래했다면 3조7835억원을 들여야 했다. 결국 1조5000억원을 아낄 수 있었으며 현재 롯데케미칼 주가는 26만6000원(15일 종가 기준)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을 상향을 추진하고 있어 롯데그룹은 법 개정 전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공정위는 신규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대기업에 대해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현행 기준보다 10%포인트(상장사 20%→30%, 비상장사 40%→50%) 올리는 방안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지난 8월 입법예고했다. 국회에서 최종 논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롯데지주가 법 개정 후에 롯데케미칼을 지주회사로 품으려면 30% 지분이 필요하다. 이번엔 23.4% 지분만으로 지주사 편입 효과를 얻고 6000억원 이상의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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