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 문화센터, 워라밸 강좌 확대…회사 앞 술집 등 매출 타격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수강 모습.(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주 52시간 도입으로 직장인들의 저녁 생활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밤늦게까지 회사서 야근하고 회식을 즐기던 문화는 사라지고 ‘칼퇴근’ 후 백화점 문화센터나 영화관을 찾는 직장인이 늘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은 저녁 시간 강의를 늘려 저녁 시간 직장인 잡기에 나섰다. 주 52시간 도입으로 여유가 생긴 직장인을 문화센터에서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문화센터의 올가을 학기 워라밸 강좌 비중을 지난 학기보다 10~15% 확대했다. 가을학기 접수율도 직장인 회원 증가로 지난해보다 6% 정도 늘었다.

홈플러스의 문화센터 수강생은 올 7~8월 지난해보다 5%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오후 6시 이후 강좌 수강생은 20%나 증가했다. 주로 요가나 필라테스, 악기 연주 등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강좌가 인기를 끌었다.

롯데백화점도 올 가을학기 워라밸 강좌를 150% 이상 확대했다. 앞서 실시한 봄·여름학기 워라밸 테마 강좌 수강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었다. 이마트는 저녁 강좌를 30% 늘려 직장인들을 겨냥한 이색 취미 강좌 등을 강화했고 현대백화점도 젊은 직장인을 위한 ‘원데이 특강’을 늘렸다. 야근과 회식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52시간 근무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칼퇴 직장인을 잡기 위한 유인책이다.

더욱이 문화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쇼핑도 같은 건물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반 고객들이 백화점을 이용한 횟수는 월평균 1.2회에 불과하지만 문화센터 회원은 월평균 약 8회에 달했다.

이외에 영화관과 헬스장도 오후 시간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 52시간 도입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는 붐볐지만 회사 앞 술집은 손님이 뚝 떨어졌다. 일찍 퇴근하고 각자 여가 생활을 위해 집으로 향하면서 회식하는 문화가 사라진 영향이다.

저녁 회식 자리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가 불명확해 일부 기업에선 아예 회식 자제령을 내렸다. 회식이 필요할 경우 점심시간에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퇴근 시간이 다 달라진 것도 회식 감소의 배경 중 하나다. 먼저 출근한 직원들은 일찍 퇴근하고 나중에 나온 직원들은 늦게 퇴근하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실제 주류 업계에 따르면 업소용 술 판매는 줄고 가정용 술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앞 술집에서 마시기보다는 집에서 가볍게 마시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술집 입장에선 ‘김영란법’과 ‘미투 운동’ 등에 이어 주 52시간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과거보다 술을 적게 먹자는 분위기와 건강을 챙기자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매출 타격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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