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에쓰오일이 5조원을 투입해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설비인 NCC(납사크래킹센터) 사업에 뛰어든다.

에쓰오일은 연간 150만톤 규모의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짓기 위해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가동을 앞둔 RUC·ODC 프로젝트에 이은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다. 2023년까지 총 5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팀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납사)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화학산업의 기초설비로 불리는 NCC(납사크래킹센터)의 일종이다.

에쓰오일은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해 울산시 온산공장에서 가까운 부지 약 40만㎡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매입했다. 기존 온산공장 정제설비에서 생산된 나프타를 근거리에서 공급받아 화학설비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간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NCC를 기준으로 역할을 분담해 왔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과 함께 나온 나프타를 화학사에 공급하면, 화학사는 이 나프타를 NCC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원료를 생산했다. NCC사업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여천NCC 등 전통적인 화학사들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시황 변동이 큰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화학사업 진출을 꾀하면서 경계가 무너졌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NCC 사업을 해왔고 올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NCC 진출을 발표했다.

에쓰오일이 NCC를 완공하면 단숨에 국내 4위권 화학사로 올라선다. 화학사들의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이는 게 NCC에서 나온 에틸렌 생산량이다. 국내 주요기업들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LG화학 220만톤을 비롯, 롯데케미칼(210만톤), 여천NCC(195만톤), 한화토탈(109만5000톤), SK종합화학(86만톤), 대한유화(80만톤) 순이다. 올해 NCC 진출을 발표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생산규모도 각각 70만톤, 75만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