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성장 기조에 지원 확대…재입사 기회 제공 등 임직원 도전 장려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서는 3개 과제 참여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사내벤처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구글 등이 도입하기 시작한 실리콘밸리식 사내벤처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투자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사내벤처에 대한 정부 지원도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혁신성장의 보조를 맞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도 사내벤처 장려의 이유로 꼽힌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사내 벤처가 가장 활성화 된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사내 창의아이디어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껏 임직원 739명이 183개의 사내벤처 과제에 참여했다. 이 중 31개(119명)는 스핀오프(분사)를 통해 창업에 성공했다. 만약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5년 이내에 복직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청년 창업을 더욱 독려하기 위해 향후 5년 간 500개 스타트업(내부 200개·외부 300개) 과제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수원 디지털시티에 사업부별로 분산돼 있던 C랩을 모은 ‘C랩존’도 구성해 운영중에 있다. C랩존은 자유로운 토론과 협업, 활발한 아이디어 교류가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류는 물론 아이디어를 곧바로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SK하이닉스가 사내벤처 프로그램 '하이게러지(HiGarage)'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LG전자는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아이디어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 발전소'는 CTO부문 소속 연구원들이 낸 기술,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에 5개월의 개발기간과 개발비 1000만원을 지원해 아이디어 원안자가 직접 시제품을 만들고, 사업화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차그룹도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총 38개의 사내벤처를 육성했다. 이 중 창업에 성공해 분사한 기업은 9개다. 올해 진행된 사내 스타트업 공모에 접수된 아이디어만 200여 건 달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임직원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게러지'에 참여할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모집 중이다.

하이게러지에 선정된 구성원은 기존 업무에서 벗어난 별도의 공간에서 벤처 사업화를 준비하게 되며, 최대 2억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또한 성공적인 창업이 될 수 있도록 외부 벤처 전문가의 컨설팅도 수시로 진행한다.

하이게러지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된 벤처 기업은 최종적으로 창업과 SK하이닉스 사내 사업화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충분한 사업성을 갖추었다고 판단돼 창업에 나설 경우, 창업 장려금 또는 지분 투자의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 후 일정 기간 내 폐업시 재입사를 보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사내 사업화를 선택하는 경우, SK하이닉스 사업에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회사의 가치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특히 사내 사업화를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는 해당 구성원에게도 일정 부분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사내 벤처 1기 모집을 2~10일 진행했다. 이번 사내벤처 프로그램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AR(증강현실), 로봇, 스마트홈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 경쟁력 있는 신규사업 모델을 발굴한다.

LG유플러스는 임직원들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사업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1년간 별도 TF(Task Force, 태스크포스) 조직으로 발령한다. 이와 함께 ▲사내벤처 팀 당 최대 1억7000만원 예산 지원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별도 업무 공간 마련 ▲사내벤처 기간 동일한 급여/복리후생 및 성과급 지급 등 회사차원에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사내벤처 기간 동안 온라인 교육 및 선배 벤처기업인들의 멘토링은 물론,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내벤처 전담조직 운영을 통해 IR/데모데이, 해외 진출 등 향후 창업 성공에 필요한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부터 창의적인 사내 벤처 브랜드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린스타트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뷰티 테크를 키우는 '아모레퍼시픽 테크업플러스'와 뷰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아모레퍼시픽 벤처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2016년부터 기업문화위원회 주관으로 '롯데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사내벤처 프로젝트 1기에서는 총 200여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이 중 아웃도어 기저귀를 제안한 '대디포베베'가 사내벤처로 선정됐다. 대디포베베는 롯데 액셀러레이터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6월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중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내벤처는 덩치가 큰 대기업이 발 빠르게 신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 과감성이 떨어지는 대기업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사내벤처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경우 본사가 추후 해당 스타트업 지분을 확보하기 쉽고, 분사하지 않으면 본사 내 새로운 사업 모델로 추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S의 사내벤처를 통해 네이버가 탄생했고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인터파크도 데이콤 사내벤처에서 탄생했다.

정부가 사내벤처 지원을 확대한 것도 사내벤처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대·중소·공기업 22곳을 ‘사내벤처 육성사업’ 운영 기업으로 지정했다. 중기부는 이들 기업의 사내벤처 중 우수 기업을 선정해 예산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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