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불법 판단에 줄소송 가능성도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한국 정부에 대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개입 여부를 스스로 인정함에 따라 생긴 여파로 해외 투자자들의 줄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스위스의 승강기 제조회사 쉰들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억원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하기 위한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협상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서면 통보다. 쉰들러는 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중재의향서 접수 후 6개월의 협상 기간이 지나면 ISD를 제기할 수 있다.

쉰들러는 한국 정부에 현대그룹의 유상증자를 금융감독원이 승인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8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쉰들러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그룹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를 금융감독원이 승인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쉰들러는 현대그룹이 2013년 969억원, 2014년 1900억원, 2015년 2700억원 규모로 진행한 유상증자에 대해 계속 반대표를 던져왔다. 지배주주인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이유였다.

연이은 ISD에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12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과 관련해 8000억원대 규모의 중재신청서를 내 ISD가 본격화됐으며 메이슨캐피탈도 지난달 8일 2000억 규모의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부의 섣부른 판단이 부른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ISD 발단이 된 것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다. 2017년 초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적었다.

여기에 법원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에 대한 지도·감독권 남용(직권남용죄)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나란히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는 국민연금에 약 1387억원의 손해를 초래(업무상 배임죄)했다며 마찬가지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내렸다.

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도 4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하면서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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