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행 수출길 막히자 유럽으로 덤핑 가능성"에 긴급 조치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미국발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한국 철강 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한지 불과 4개월 만에 유럽에서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한국 철강업계는 최대 수출원 두 곳이 막히게 되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
EU(유럽연합)는 6일(현지 시각)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이달 중 잠정 발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장벽을 세운 지 4개월 만에 유럽도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문제는 향후 더 많은 나라가 무역 전쟁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미국이 지난 3월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하자 3월 말부터 세이프가드 조사를 벌여왔고, 5일 표결을 진행했다. 28개국 중 25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3개국은 기권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철강 덤핑으로 국가 안보가 위협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시작했고, 결국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 폭탄을 부과했다. 철강 공급 과잉을 초래한 중국을 주로 겨냥한 조치였지만, 일본·러시아 등 다른 나라까지 수출길이 막혔다. 업계에서는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유럽으로 수입 철강들이 넘어오면서 결국 EU도 세이프가드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에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는 대신 미국 정부가 요구한 수출 할당제(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를 수용했다.
한국의 미국 철강 수출은 지난 2월 30만8850t에서 5월 15만865t으로 반 토막 났다. 한국무역협회는 올 하반기 철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161억달러로 전망한다.
여기에 EU까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이 유럽에 수출한 철강은 313만t(약 3조원)으로 인도·터키·중국에 이어 넷째로 많다.
미국의 철강 관세가 한국의 중소·중견 기업에 큰 타격을 줬다면, 유럽의 세이프가드는 대기업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럽 수출 철강 90%는 포스코·현대제철 등이 생산하는 판재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