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센터 ‘오수환 개인전-대화’ 7월 15일까지 열려

Dialogue (대화, 對話), 2018, Oil on canvas, 193.7x130.2cm.(사진=가나아트 제공)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지난 40여년 동안 추상 화면에 몰두해 온 오수환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0일부터 7월 15일까지 열린다.

가나아트는 이번 전시에서 오수환의 ‘대화’ 연작 중 2016년 이후 제작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대화’ 연작은 절제된 색의 사용이 두드러진 이전 작업과 달리, 색채감이 돋보인다. 작가는 바닥에 캔버스를 깔고 형형색색의 물감이 발린 붓으로 자유분방한 필획을 구사하거나 물감이 칠해진 캔버스 위에 또 다른 색을 한번 더 덧칠해 켜켜이 쌓아 올린 색채의 층위를 구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색채-기호로 이루어진 추상적 화면은 무(無)의 세계의 시각적 현시(顯示)이다. 오수환은 인간의 본성과 사물의 시원(始原)이 결국 아무것도 정의되지 않은 텅 빈 세계와 같다는 믿음 아래 그 세계를 추상적 시각 언어로 풀어냈다.

추상의 조형만으로 이루어진 화면에는 붓자국과 색채라는 형식적인 특징은 드러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내기란 어렵다. 표면에 흘러내리는 물감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과 형식에 구애 받지 않은 필선은 작가의 행위만을 떠오르게 할 뿐 그 어떤 것도 지칭하지 않는다.

‘대화’ 연작은 이전 작업인 ‘적막’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다. ‘적막’ 연작에서 이질적인 두 화면을 배치시켜 대치를 이루게 함으로써 ‘침묵’을 드러냈다면 이번 ‘대화’ 연작은 색채와 기호가 어우러져 묻고 답하는 것, 다시 말해 ‘교감’이 주제로 등장한다.

Dialogue, 2018, Oil on canvas, 227x182cm.(사진=가나아트 제공)

작가는 작품에서 자연과 고대문명 그리고 인간을 대화의 상대로 삼았다. 이를 담기 위해 오수환은 오롯이 무형의 추상과 색채만으로 화면을 꾸몄다. 작가에게 자연은 언어와 문자로 정의될 수 없는 근원 그 자체이며 고대 문명은 동굴 벽화나 기원전 유물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선과 같이 원초적인 것이다.

작가는 무형의 자연과 과거의 문명, 인간의 심연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자 선적인 추상 기호를 중첩하고, 원색의 화려한 색채를 겹겹이 발랐다. 이렇게 완성된 화폭에 대해 작가는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표현하며 감각적으로 소통하는, 즉 ‘대화’할 수 있는 추상화를 완성하고자 했다.

이러한 오수환의 작업은 궁극적으로 관람객과의 대화를 향해 있다. 작가는 온갖 욕망의 범람으로 황폐해진 현대인들이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규범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기를 원한다.

가나아트 측은 “그림의 의미를 해석하고 형태를 찾기 위해 파고드는 것이 아닌 마치 대화하듯 작품과 감각적으로 소통하길 기대한다”며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을 느끼고 지나간 과거의 시간을 경험하는 등 잠깐의 여유를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수환(b.1946~)은 196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며 작가의 길을 걸었다. 1970년대 초 작업 초창기에는 미당 서정주(徐廷柱)의 시화전에 새 그림을 그려 주거나 문학잡지나 신문에 수록될 삽화를 제작하는 등 구상적인 화풍의 그림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5년을 전후로 어떤 규범에 얽매이기를 거부한 작가는 사물의 모방이라는 형식적 제약에서 벗어나 추상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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