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분 9.82% 보유…찬반 결과에 따라 합병 향방 결정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을 두고 지분 9.82%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향후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두고 본격 표대결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분할합병안을 상정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번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현대차그룹의 치열한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지배구조 개편안의 통과 여부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주가 3분의 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분기말 현재 현대모비스 우호 지분 30.17% 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초쯤 1.5% 안팎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 현대차그룹을 흔드는 엘리엇과는 표 차이가 크다.

문제는 의결권 자문사들도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분할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속속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안에 반대하라고 최근 권고했다.

49% 가량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들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이 권고에 따를 경우 현대차그룹으로선 어려운 싸움에 예상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하면서 이번 합병분할안의 통과 가능성은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의 선택은 보유 지분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도 장고에 돌입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영수익으로 불려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기업의 최대 투자자로서 국내 기간산업과 제조업 성장에 기여해야 하는 국부펀드의 역할도 담당한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할 경우 해외 투기자본에 휘둘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 개혁과 괘를 같이 한다는 점도 고심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찬성 결정으로 홍역을 치른 터여서 이번 결정이 어느 때 보다 더욱 신중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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