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 전년比 36% 증가…SK하이닉스 356억원으로 비중 40% 차지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의 운영비만 한 해 9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수펙스의 운영비를 거래한 상장사 가운데 금액을 공개한 곳은 총 6곳으로 이들의 거래 금액만 879억6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이들 기업이 지급한 운영비 645억원에서 약 36%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협의회 운영비용을 분담하는 16개 계열사 중 연결기준 연 내부거래 금액 5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계열사만 분담금 공시 의무를 지니고 있어 실제 분담금은 900억원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는 그룹 최고의사결정 기구로 ▲전략 ▲에너지·화학 ▲ICT ▲글로벌성장 ▲커뮤니케이션 ▲인재육성 ▲사회공헌 등 7개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의장인 조대식 사장을 비롯해 유정준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SK E&S 사장), 박정호 ICT 위원장(SK텔레콤 사장), 박성욱 글로벌성장위원장(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주요 멤버다. 현재 수펙스의 총 구성원은 150여명 가량 이며 협의회 소속 계열사들이 매년 매출의 일정 비율을 협의회 운영비용으로 분담한다.

가장 많이 운영비를 지급하는 곳은 SK그룹 전체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운영비로 계상한 내부거래액은 356억9500만원으로 수펙스 운영비 가운데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144억원이었던 분담금이 올해 두 배 이상 뛰며 운영비 부담 비율이 더욱 커졌다.

뒤를 이어 SK텔레콤이 올해 162억원으로 지난해 141억원보다 21억원 늘었다. 지주사인 SK주식회사는 155억원, SK에너지 104억원, SK네트웍스 51억7000만원, SK종합화학 5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펙스는 법인과 달리 형태가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계열사 직원들이 파견 형태로 근무한다. 계열사들이 내는 운영비 중 대부분도 이들 파견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펙스의 경우 각 계열사 대표들이 위원장들을 맡고 있어 이들의 임금 또한 운영비로 충당하게 된다. 운영비가 900억원에 육박하는 것도 고위 임원들의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액의 운영비를 계열사들과 거래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이 대표자로 운영비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수펙스의 경우 법인과 달리 실체가 없어 운영비에 대한 정확한 사용처는 파악 되지 않고 있다. 명목상으론 SK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 및 글로벌 성장을 위한 공동투자 기회 확보 등을 위해 출범한 협의회의 운영비용 분담을 위한 것이라고 기재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비가 어느 부분에 사용되는 지에 대해선 인건비를 제외하고 확인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법인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금 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회계 투명성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을 대표로 계열사들의 거래 내역과 관련해서 공시를 통해 공개 하는 등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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