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재개 대비 '납북경협TF' 가동…내달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2013년 '故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 사진전' 개막식에서 임직원 1만여명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정몽헌 회장의 대형 모자이크 사진 중 마지막 한 조각을 끼우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그동안 대북사업을 주도해 왔던 현대그룹이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남북경협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업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8일 남북 경협 사업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TFT'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고 밝혔다.

TFT는 현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와 이백훈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지휘한다. 각 계열사 대표들은 자문 역할을 담당한다.

앞으로 TFT는 매주 1회 정기 회의를 열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 회의를 소집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먼저 TFT는 금강산·개성관광의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들의 분야별 준비사항과 예상 이슈들을 점검한다.

북측과 맺은 7대 SOC 사업권(철도·통신·전력·통천비행장·금강산물자원 등)을 토대로 향후 전개할 다양한 경협사업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남북경협을 주도해왔다. 2000년 8월 북한 노동당의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해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 북한 7대 SOC 사업개발 독점권 등을 확보했다.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으로 남북경협 사업이 멈추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남북 관계가 악회되면서 2016년 2월 이후로는 북한에 있는 시설 점검도 못 하고 있다.

그 사이 대북 사업을 담당하던 현대아산은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조선족 659명을 포함해 1070명을 직원으로 두고 있었지만,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되면서 직원 수가 급격히 줄었다. 2017년 기준으로 직원 수는 142명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555억원에서 1267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19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이 됐다.

주력이던 관광 경협 부문은 전체 조직의 30% 수준으로 줄고, 건설 부문이 70%로 확대됐다. 더 이상 대북사업을 할 수 없게 된 현대아산은 2016년 7월부터 미국에서 탄산수를 수입해 팔았고, 지난해엔 일본을 오가는 크루즈 사업을 진행하면서 근근이 버텨왔다.

지난 2007년 12월 현대그룹의 개성관광 개시 모습. (사진=현대그룹 제공)

현대아산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현대그룹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고, 현대로지스틱스·현대증권 등이 차례로 매각되면서 그룹에서 분리됐다. 한때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은 현재 6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수차례 찾아온 위기 속에서도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은 정주영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끝까지 대북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대아산은 대북 사업 재개만 기다리며 실무 경험을 쌓아 온 핵심 인력들을 끝까지 남겼다.

하지만 당장 사업 재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회담 결과에 따라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은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 놓았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8월 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해 9월 11일 6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 합작사업을 하는 등 경협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미국은 '2016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 법안(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 Act of 2016)'을 통해 전방위적인 대북 제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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