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독점금지법 심사 차질…日 현지서 매각 보류설 무게

일본 요카이치에 있는 도시바 반도체 공장. (사진=도시바)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계획이 또다시 매각 보류설로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22일 도시바가 5월말까지 중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매각을 철회할 경우 사업에 필요한 설비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도시바메모리 기업공개(IPO)도 검토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사업 실패로 경영난에 빠지자 전체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하는 도시바메모리를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해 9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 인수단에 2조엔(약 19조8800억원)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3조원 이상을 투입, 베인캐피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전환사채(CB) 투자 및 일부 대출을 해주는 형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당초 SK하아닉스 컨소시엄은 올해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지으려 했으나 중국이 독점금지법 승인을 지연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해서는 반도체 수급이 많은 주요 8개국에서 독점금지법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독점금지법 심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중간 무역 분쟁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 도시바의 재무 상태가 최악을 벗어난 점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보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이뤄진 6000억엔(약 5조9640억원) 증자에 힘입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매각 대신 도시바메모리를 상장(IPO)하는 방식으로 도시바의 경영 재건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도시바메모리는 도시바 전체 영업이익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채권단 사이에서도 매각 중단을 용인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도시바 메모리 인수와 관련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있지만 (인수 건과는) 솔직히 상관 없다"며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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