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사 고위 임원의 말이다. 작년부터 여의도 증권가의 구조조정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 충격으로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받으며 증권사의 최대 수익원인 중개 매매수수료가 줄어들며 영업이익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증시 활황시기에 10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이 4조원을 맴돌고 있다는 것만 봐도 증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는 괴이한 소문들만 돌고 있다. S 모 증권사는 500여명을 한 번에 구조조정 한다는 소문에서부터 D 증권사는 지점을 1/10로 줄인다는 등의 흉흉한 루머가 증권가 소식지, 일명 찌라시를 통해 급속대로 퍼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루머로 알려졌던 것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3월말 결산 법인인 증권사들이 결산을 마치고 수십억원에서 백억원대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냄에 따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매달 21일은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봉급일. 예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급은 역시 제로지만 기본급 마저도 깎여 나온 증권사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회사의 대응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돈을 아끼는 것은 좋지만 구조조정 대상을 정해두고 막무가내 식으로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금융 등 자본 시장의 핵심 자산은 인력이다. 어렵게 키운 인력을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강행한다면 이는 회사의 손실이자 나아가는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고급인력의 인력이 떠나면 자본 시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놀이터로 전락해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인력이 부족하면 외국 자본을 막아낼 재간이 없어진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는 ‘먹튀’ 논란이 있었지만 외국 자본에 속절없이 당했다. 지금과 같은 인력 구조조정이 계속된다면 같은 경험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