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삼성·SK하이닉스 타격 불가피

SK하이닉스의 D램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최대 고객인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정부에 "미국산 반도체를 더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며 무역분쟁 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물밑 협상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은 류허 중국 부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반도체 구입선을 한국, 일본 기업에서 미국 기업으로 일부 이전하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중국 재무부도 한국과 대만 등에서 주로 구입하는 반도체를 미국에서 구입하는 방법으로 3750억달러(약 405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화답한 셈이다.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물밑협상을 벌일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도 적지않을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997억1200만달러(약 107조1200억원)에 달하며 단일 품목 최초 연간 수출액 900억달러를 돌파했다. 주요 수출국 비중에서는 중국이 39.5%로 가장 높다.

중국은 2005년부터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대상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D램 세계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연매출 30조1094억원 중에서 33.5%인 10조747억원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당장 중국 기업들이 나서서 한국산 반도체 수입 물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 전략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1~2위인 삼성과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 합계는 74.7%에 달한다.

D램 '빅 3' 중에서 세번째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점유율 20.8%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매년 수십조원의 투자를 바탕으로 앞서나가 기술 격차도 벌어진 상태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삼성전자(38.3%)와 SK하이닉스(11.2%) 등 한국산 제품 시장점유율은 49.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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