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리티, 다양성, 가치 지향적 소비자 늘면서 수제 생산 제품 인기

상하농원 빵공방 내부.(사진=상하농원 제공)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자신이 원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가치 지향적인 소비자가 늘면서 식음료 업계가 손맛 전성시대를 맞았다. 가심비, 나심족, 취향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하나를 먹더라도 만족도 높은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 덕분에 수제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작은 사치, 가치 소비, 프리미엄으로 대변되는 수제 생산은 기존 대량 생산 제품에서는 보기 드문 품질과 맛에다 경쟁업체들이 모방할 수 없는 독자성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한 최근 푸드포비아가 확산되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

이에 대량 생산을 대표하는 대기업들도 수제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어 일반 식품부터 패스트푸드, 주류 등 다양한 산업에서 품격과 특색 있는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또한 공방 장인의 정성스러운 손맛과 고유의 비법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인 것도 인기 비결이다.

전북 고창에 있는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 상하농원은 농원 내 공방에서 생산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공방 장인이 농가와 협력해 지역에서 자란 신선한 재료로 소시지, 빵, 된장 등을 정갈하게 만들어 내는 네 가지 햄·빵·과일·발효공방을 운영 중이다. 자연의 먹거리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에 초점을 둔 공간인 만큼 방문객이 공방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제품들이 제조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공방 제품은 농촌에서 얻은 자연의 산물에 깨끗한 공정을 거쳐 모두 수작업과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다. 색소·합성 보존료·아질산나트륨 등을 넣지 않은 수제햄과 인공색소 및 감미료를 넣지 않은 빵, 친환경 콩으로 만든 전통 장류 등은 자연 식재료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공방에서 만들어진 제품에는 공방장이 직접 손으로 쓴 제품 설명이 붙어 있다. 소비자들은 과일공방장의 삐뚤빼뚤한 손글씨가 깔끔한 컴퓨터 글씨체보다 한층 진정성 있게 느껴져 감성적인 가치를 충족시킨다는 반응이다.

이외에도 30년 이상 수제 어묵을 만들어온 삼진어묵은 지난 12월 부산에 ‘어묵베이커리’를 선보였다. 이에 삼진어묵은 어묵을 만드는 과정을 투명 유리창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며 프리미엄 수제어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진어묵은 현재 전국 18개 삼진어묵 직영점에서 하루 평균 3만 개가 팔리고 있으며 최근 인천공항점에 오픈해 기내용 간식 등 여행객들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수제 어묵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쉐이크쉑’의 대표 메뉴인 쉑 버거·컷 프라이 (오른쪽)자니로켓 스타필드 고양점 모습.(사진=SPC그룹, 신세계푸드 제공)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의 인기가 수제버거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고급 식재료를 이용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즉석에서 조리하는 수제버거는 이제 간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요리로 인식되면서 햄버거 하나를 먹더라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가치소비 성향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기업 SPC그룹은 미국의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우리나라로 들여와 2016년 7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연 이후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까지 입점해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 1호점인 쉐이크쉑 강남점은 문을 연 지 1년도 안 돼 전 세계 120여 개 쉐이크쉑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스타필드고양에 자니로켓 매장을 오픈하는 등 수제버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바 있다. 자니로켓은 현재 전국에 3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장 수로 본다면 쉐이크쉑 버거보다 많다.

이러한 수제버거의 인기 속에 기성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앞다퉈 수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맥도날드는 프리미엄 수제버거 ‘골든 에그 치즈버거’ ‘그릴드 머쉬룸 버거’ 2종을 선보였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일부 매장에서 판매해 왔으나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작년부터 전국 400여 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롯데리아도 프리미엄 메뉴인 ‘한우불고기버거’, ‘AZ버거’ 등을 간판으로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왼쪽)데블스도어 매장 전경 (오른쪽)생활맥주 메뉴.(사진=신세계푸드, 생활맥주 제공)

다양한 맛과 향을 선호하는 맥주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개성이 강한 수제맥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는 매년 100%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대기업과 중소 수입사, 개인 양조장 등이 수제맥주시장에 뛰어들어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생활맥주’는 국내 수제맥주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생활맥주는 ㈜데일리비어가 선보인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이다. 이 회사는 매장 수를 매년 2배 이상 성장시키며 14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19종의 맥주 가운데 10여 개의 맥주가 유명 양조장과 협업을 통해 직접 개발한 수제맥주다.

신세계푸드의 수제맥주 레스토랑 ‘데블스도어’도 눈길을 끈다. 데블스도어는 브루마스터가 개발한 레시피와 230여 년 전통의 독일 카스파리 양조설비로 생산한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펍이다. 주요 매스컴에 따르면 해당 펍은 첫 매장을 낸 지 만 3년 만에 160만잔이 넘는 수제맥주를 팔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제주의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에 수제맥주펍 데블스도어 전국 4호점을 개장했다.

이 밖에도 진주햄은 2015년 수제맥주업체 카브루를 인수한 뒤 맥주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SPC그룹도 독일식 요리와 수제맥주를 내세운 그릭슈바인을 운영한다. 올 1월에는 패션기업 LF가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 지분 50%를 인수, 속초에 맥주 증류소 증공장을 마련해 본격 사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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