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70년 만에 총수부재 ‘위기’…日 롯데 독자적 행동 예측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롯데그룹이 오너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무엇보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신동빈 회장의 구속은 경영권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과 사업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황각규 부회장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 사업부문(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 등을 비롯한 롯데그룹 부회장단은 14일 신 회장 첫 면회를 위해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과 부회장단은 오너 부재 상황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운영 방침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롯데다. 국내에서 롯데의 역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제과를 설립한 1967년부터 시작되지만 일본에서는 20년 앞선 1948년 롯데가 설립됐다.

이에 이번 신동빈 회장 구속으로 롯데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오너 부재 상황을 맞은 셈이다.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머물고 있지만 고령으로 ‘한정후견인’ 판정을 받는 등 정상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다. 신동빈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 다툼에서 패하며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있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부재는 롯데그룹의 앞길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일본 롯데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대표(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그간 신 회장은 부지런히 일본을 찾아 횡령·배임 사건뿐만 아니라 이번 뇌물 사건에서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니 자신을 신임해 달라고 주요 임원들과 투자자들을 설득해 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일본 롯데가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기업의 주요 임원이 법정구속되면 도의상 직에서 사임하는 관례가 있다. 이를 근거로 일본 롯데 경영진이 신 회장에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면 일본 롯데는 사실상 오너경영체제에서 벗어나 한국 롯데와는 독자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사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개선 일환으로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도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일본 롯데홀딩스(19.07%)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99.28%를 장악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 롯데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면서 구주매출을 통해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율을 낮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구속으로 오너 지배력에서 벗어나게 되면 지분구조상 상장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지배구조로 경영을 해오던 신격호 총괄회장과 달리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는 대등한 경영인 입장으로 상황이 많이 변했기에 일본 경영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을 어떻게 판단하고 때에 따라서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인지 여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롯데의 위기 상황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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