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10년이상 자료 모두 삭제 …차명계좌 잔액 정보 확보 못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미래경제 김석 기자]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하고도 해당 계좌들에 과징금을 부과하기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1993년 8월12일 이전에 만들어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잔액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제처는 지난 12일 "1993년 8월12일 이전에 개설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금융위에 회신했다. 지난달 금융위가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인지 법령해석을 요청해서다.

당국에 따르면 과징금 징수 대상이 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모두 27개다. 이들 계좌는 모두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실명법은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비실명자산에 대해 그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또 실명제 시행 이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90% 차등과세는 물론, 실명제 실시일(1993년 8월12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명시한다.

하지만 실명제 시행일 기준의 27개 계좌 잔액 정보가 없어 실제로 과징금은 징수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보유한 금융사들은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지나 해당 계좌들의 정보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됐다. 1000개가 넘는 차명계좌에 있는 약 4조4000억원의 자금에 제대로 된 과세를 못 했다는 지적이었다. 금융당국과 과세당국은 추가 과세 방침을 밝혔다.

이후 과징금 부과 주장까지 나오자 지난 1월 금융위는 이와 관련한 법령해석을 법제처에 요청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총 1500여개에 달한다. 2008년 조준웅 특검이 밝힌 1197개에 금감원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32개, 경찰이 수사결과 밝힌 260개를 더하면 총 1489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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